[기자석] '승부 조작'은 농담이라도 삼가야

2017-11-08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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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 배준식. (사진=라이엇 게임즈 제공)
지난 4일 삼성 갤럭시와 SK텔레콤 T1의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2017 결승전이 진행됐다. SK텔레콤의 롤드컵 3연패냐, 1년을 기다린 삼성의 복수냐. 경기 전부터 이슈를 끌었던 결승전은 삼성의 3대0 완승으로 끝났다.

경기 후 많은 팬들이 삼성의 우승을 축하하며 명경기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 그와 동시에 준우승을 차지한 SK텔레콤에게 격려, 혹은 아쉬움이 동반된 질타가 이어졌다. 특히 롤드컵 내내 선전한 '페이커' 이상혁이 경기 후 눈물을 보이자 SK텔레콤의 패배 요인을 찾는 목소리가 커졌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뱅' 배준식을 지목했다.

배준식은 롤드컵 2017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여줬다. 16강에선 KDA 14.3로 선전했으나 8강에서 KDA 4.33를, 4강에서 KDA 3.5를 기록하며 기세가 떨어졌다. 그리고 결승전 KDA 1.33. 성급하게 스킬을 사용한다거나 무리한 위치를 잡는 등의 실수가 연달아 터져 나왔다. 원거리 딜러가 강력한 '향로 메타'였기에, 이제껏 최고의 활약을 보여왔던 배준식이었기에 아쉬운 마음이 컸다.

배준식은 기복 있는 경기력을 보여줬고, 여느 때에 비해 부진했다. 그리고 배준식의 활약과 SK텔레콤의 우승을 기대했던 팬이라면 이를 충분히 비판할 수 있다. 더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실수를 꼬집고 발전을 요구하는 것이다.

팬의 비판을 배준식이 수용하고 성장한다면 이는 더없이 좋은 선순환이다. 하지만 순환의 시작이 비판이 아닌 비난이라면 좋은 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 이번 롤드컵 이후 배준식에게 쏟아진 원색적인 비난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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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을 검색했을 때 '뱅 승부조작'이란 연관 검색어가 드러난다.
특히 네이버에 '뱅'을 검색했을 때 노출되는 연관 검색어를 보고 기함을 했다. 맨 위에 '뱅 승부조작'이 있던 것. 승부조작은 농담으로라도 나와선 안 되는 단어였다.

e스포츠는 승부 조작에 극도로 예민하다. 스타크래프트1이 승부 조작으로 급격하게 쇠퇴했고, 스타크래프트2 종목에서도 승부 조작 사건이 발생해 이미지에 손실이 생겼기 때문이다.

큰 의혹없이 대회를 치러온 LoL도 승부 조작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2014년 4월 경 SK텔레콤 형제팀 내전 경기에서 승부 조작 의혹이 불거지자 간담회를 열어 선수 간의 음성 채팅을 공개한 것이다. 간담회를 통해 해당 경기에 승부 조작이 없었다는 결론이 났지만 일부 선수들은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고, 은퇴까지 고려하는 등 열병을 앓았다.

승부 조작이 선수와 e스포츠의 생명을 갉아먹는다는 것을 알기에 모두가 확실한 증거없이 말을 꺼내길 조심스러워한다. 그렇기에 배준식의 부진을 보고 섣불리 의혹을 제기한 일부 언론, 팬들의 반응이 상당히 아쉽다. 배준식과 SK텔레콤이 쌓아온 명예, LoL이 지켜왔던 공정성을 훼손하는 언행이다.

팬들은 선수들의 아쉬운 경기력에 대해 지적하고 비판할 수 있다. 그리고 팬들의 사랑을 실력으로 보답하는 프로게이머는 그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다만 이 과정에 비판이 아닌 헐뜯기 바쁜 비난이 있는 것은 아닌지 항상 주의할 필요가 있다. 특히 승부 조작처럼 도를 지나친 비난은 더욱 경계하고, 삼가야 한다.


이윤지 기자 (ingji@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