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는 젠지e스포츠에 이제 딱 한 걸음만을 남겨두고 있다. 바로 챔피언스 서울이다. 젠지는 '발로란트' e스포츠 한 해 최강의 팀을 가리는 대회에서 2024년 네 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2023년 젠지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23 VCT 퍼시픽 플레이오프에는 진출했지만, 패자조에서 시즌을 마쳤고 이어진 2023 챔피언스 LA 선발전에서도 탈락하며 국제무대를 밟지 못했다. 결국 2024년 시즌을 앞두고 로스터에 변화를 줬다. '메테오' 김태오를 제외한 나머지 멤버를 새롭게 영입했다. 그중엔 '카론' 김원태처럼 프로 경험이 없는 신인도 있었다.
리빌딩을 통해 큰 변화를 겪은 만큼, 2024년 시즌 초반 젠지를 향한 기대가 크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첫 대회인 2024 발로란트 인터내셔널 킥오프부터 많은 이를 놀라게 했다. 페이퍼 렉스(PRX)에 이어 C조 2위를 기록한 젠지는 플레이-인 스테이지에서 팀 시크릿과 제타 디비전을 연파하며 플레이오프에 올랐고, 기세를 몰아 DRX와 PRX를 연달아 꺾고 정상에 섰다.
그리고 이후 행보를 통해 킥오프 우승이 단순한 운이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마스터스 마드리드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던 젠지는 이어진 2024 VCT 퍼시픽 스테이지 1에서도 준우승을 기록했다. 두 번의 준우승으로 본격적인 시동을 건 젠지는 마스터스 상하이에서 퍼시픽 지역 첫 '발로란트' 국제대회 우승을 이뤄냈고, 이어진 VCT 퍼시픽 시즌 파이널에서도 챔피언이 됐다.
젠지의 가장 큰 강점은 맏형 '먼치킨' 변상범부터 막내 김원태까지 한 명도 빠짐없이 제 몫을 해내고 있다는 점이다. 다섯 명 모두 팀의 에이스라고 불러도 손색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 VCT 퍼시픽 시즌 파이널 후 기자회견에서 김태오 역시 "누군가 폼이 안 나올 때 그걸 서로 잘 잡아주는 것 같아서 우리가 단단한 팀이라 느꼈다"고 말하기도 했다.
올해 출전한 5번의 대회에서 모두 결승에 오른 젠지. 대회를 치르며 점차 성장하는 모습까지 보여준 만큼, 챔피언스에 대한 기대감 역시 커지고 있다. 물론 여정의 첫걸음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젠지는 아메리카의 센티널스, EMEA(유럽·중동·아프리카)의 팀 헤레틱스, 중국의 FPX와 함께 B조에 속했다. B조는 현재 '죽음의 조'로 평가받고 있다.
이렇듯 어려운 조지만, 젠지는 자신감이 넘친다. 막내 김원태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어차피 다 이겨야 한다. 그리고 또 힘들게 가야지 느슨해지지 않는다"며 "결국 챔피언스는 모든 팀이 잘하는 큰 무대다. 그런 상대를 어차피 다 이겨야 하는데, 이 조를 죽음의 조라고 생각한다면 오히려 우승하기 힘들 거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퍼시픽 1시드 젠지는 이런 자신감을 안고 챔피언스 서울 개막전에 나선다. 개막전 상대는 지난 마스터스 마드리드 결승에서 아픔을 안겼던 센티널스다. 김원태는 "저희에게 큰 아픔을 안겨준 팀이다. 그런데 저희는 서사가 있어야 잘하는 팀이기 때문에 이번에 다시 복수하겠다"는 말로 개막전 필승을 다짐한 바 있다. 과연 젠지가 개막전 승리로 챔피언스 우승을 향한 여정을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강윤식 기자 (skywalker@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