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의 루프] 9화

2019-06-21 14:16
무한의 루프
무한의 루프
[데일리게임] 9. 과거 청산

일주일에 한 시간.

감질나기 딱 좋은 시간이었다.

“그만.”

움찔!

강우는 부드럽지만 단호한 목소리에 몸을 움찔 떨었다.

설마 정말로 한 시간만 줄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지만 강우는 더 이상 캐릭터를 움직일 수 없었다.

그와 동시에 강우의 눈동자가 심하게 파르르 덜렸다.

‘흡수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한 시간으로 레벨을 올려 봐야 얼마나 올릴 수 있을까?

사실상 초보도 벗어나기 어려웠다.

물론 지금 흡수를 하면 단숨에 두 배 가량의 능력치를 올릴 수는 있었다.

하지만 다시 캐릭터를 생성해서 다시 처음부터 키워야만 했다.

그렇게 매주 능력치를 올릴 수는 있었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좀 더 고급 아이템들을 얻어야 하는데.’

강우는 한 시간 동안 겨우 하나의 매직 아이템만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매직 아이템이라고 해도 별것도 없는 것이 강우가 사용하지도 않는 활에 바람 속성이 가미되어 있는 것이었다.

결국 그냥 팔아 버려서는 다른 아이템으로 사거나 물약 등의 소모 아이템들을 사야 할 판이었다.

어떤 게임이든 초보 때에 좋은 아이템을 얻을 수는 없었다.

적어도 마르스의 군대와 싸우려면 일반 등급이나 매직급 아이템으로는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적어도 유니크급 이상의 장비가 있어야 해볼 만했고 보스급들을 상대하려면 전설급이나 신급 장비가 필수적이었다.

강우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자신이 먹은 아이템들이 아무런 가치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후우! 아이템도 모아 둬야겠지.”

강우 혼자서는 마르스의 대군과의 싸움에서 승산이 없었다.

어차피 나중에 마르스의 괴물들이 지구를 습격할 때 강우와 같은 이능력자들이 나타나게 된다.

그 이능력자들에게 강우는 자신이 게임에서 먹었던 아이템들을 내놓았다.

이능력자들만으로는 마르스의 군대를 상대할 수 없었기에 강우는 자신의 인벤토리의 아이템들을 내놓은 것이었다.

이능력자들은 그렇게 강우가 내놓은 게임 아이템들을 가지고 마르스의 대군을 몰아붙였다.

사실 이능력자들로서는 강우의 힘보다 강우가 가진 아이템들이 더욱더 도움이 많이 되었다.

다만 강우의 인벤토리도 한계가 있었기에 많은 아이템들을 제공해 줄 수가 없었다.

고작해야 무기들로만 해서 일부의 이능력자들에게 제공을 해 줄 수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부터 준비를 한다면 인벤토리를 충분히 확장하여 20년 뒤에는 엄청난 양의 무기들을 제공할 수 있을 터였다.

문제는 역시나 게임을 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었다.

강우는 결국 한 시간 동안 키운 캐릭터를 흡수하지 않았다.

도저히 흡수를 할 수가 없었다.

‘제길! 이런 식으로 언제 강해지고 아이템들을 모으려는 건지.’

답답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망나니 같은 아들이 될 수는 없었다.

결국 강우는 여타의 고등학생들과 같이 학교와 집을 오가며 마음에도 없는 공부를 해야만 했다.

“하아! 지력이 다시 낮아져서 뭔 소리인지 하나도 모르겠네.”

수치상으로는 얼마 낮아지지 않은 듯했지만 그 차이는 생각보다 컸다.

일반적인 이해력에 있어서는 크게 다른 아이들과 차이가 나지 않았지만 조금 심화 학습에 있어서는 떨어져 있었다.

물론 강우도 게임의 캐릭터 흡수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강해지는 수단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공부하고 운동하기.’

다른 학생들이 하는 것처럼 열심히 공부를 하면 지력은 올라가게 되어 있었다.

그리고 운동선수들처럼 열심히 운동을 하면 힘이나 민첩은 올라간다.

그리고 그것에 연동해서 레벨도 올라갔다.

한마디로 조금이나마 능력을 올리기 위해 현실 게임을 하는 방법이었다.

물론 강우의 입장에서는 터무니없을 정도로 느려터진 능력 상승이었다.

더군다나 그런 식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괜히 이능력자들이 일반인들보다 빠르면서 한계가 없다시피 강해지는 것이 아니었다.

강우뿐만 아니라 다른 이능력자들도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강해지는 수단이 있었다.

강우는 그중에 게임 캐릭터의 능력을 흡수하는 방식일 뿐이었다.

그렇게 강우는 여타의 고등학생들처럼 학교생활을 하며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그렇게 그런 삶에 점차 익숙해져가기 시작했다.

아니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응?”

“야! 강우 너 요즘 학교생활 할 만한가 보다.”

강우는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아이들에 처음에는 의아해했다.

그러고서는 자신을 막고 있는 아이들 중에 하나가 첫 번째 환생을 했을 때 자신에게 돈을 빼앗은 아이라는 것을 떠올렸다.

“야! 벌써 며칠 째 안 가져 온지 알지? 병원으로 도망갔다고 해서 없어지는 거 아니다.”

“…….”

강우는 전생에서 자신의 고등학교생활이 눈앞의 양아치들 때문에 꽤나 지옥 같았음을 떠올렸다.

환생을 하고 하는 통에 잊어버리고 있었지만 학교 폭력의 희생자였다.

물론 환생 전의 과거였다면 지금의 상황에서 몸을 덜덜 떨고 있어야만 했다.

사실 지금도 캐릭터 흡수를 하지 못해 별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지 못했으니 환생 전의 과거나 다를 바가 없었다.

지금의 능력으로는 고등학생 개개인들보다 조금 더 힘이 센 수준에 불과했다.

그 정도로는 일대일이라면 모르겠지만 일 대 다수와의 싸움에는 별다를 것이 없었다.

아마도 집단 구타로 얻어터지다가 말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 시절의 지질했던 강우가 아니었다.

설령 힘이 없다고 할지라도 가족도 아닌 다른 이에게 고개를 숙일 강우가 아닌 것이다.

“야! 니들 양아치 짓하지 말고 학생답게 공부나 하는 게 어때?”

“뭐?”

강우의 말에 학교의 일진으로 통하는 태민 패거리들은 순간 자신들이 잘못 들은 줄 알았다.

평소 자신들의 눈도 마주치지 못하던 강우였다.

그런데 감히 그딴 말을 하는 것에 어이가 없는 것이었다.

“너 방금 뭐라고 했냐?”

“하아! 양아치 짓거리 그만하라고.”

강우는 태민의 얼굴 앞으로 자신의 머리를 들이밀면서 비웃듯이 말을 했다.

“이 새끼가!”

평소 지질하던 놈이 정신 줄을 놓은 것인지 자신에게 반항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태민은 정신 줄 놓은 강우가 다시 정신 줄 잡도록 버릇을 고쳐 주려는지 주먹을 쥐고서는 그대로 후려갈기려고 했다.

“우와! 잘못하면 사람 치겠다. 아서라.”

“이, 이 새끼가!”

강우는 태민의 손을 붙잡고서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강우는 딱히 지금의 상황이 기분 나쁘거나 하지는 않았다.

물론 자신이 그토록 당했던 과거의 기억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인들에 불과한 이들을 향해 손을 쓸 정도로 막장은 아니었다.

아무리 지금의 강우의 능력이 그다지 높지 못하다고는 하지만 강우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괴물들과 싸워 왔었다.

그 경험과 기억들이 고스란히 강우에게 있었다.

한마디로 강우에게 태민이나 양아치 패거리들은 우습다 못해 귀여워 보일 정도였다.

수준 차이가 너무 과하게 나다 보니 별다른 화도 나지 않는 것이었다.

“익! 익! 이거 안 놔!”

얼굴 벌게져 있는 태민에 강우는 태민의 손을 놔 주었다.

어느덧 강우와 태민의 주위로 아이들이 몰려 구경을 하고 있었다.

설마 강우가 태민에게 반항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덕분이었다.

그런 모습에 태민은 수치심을 느낀 것인지 강우가 몸을 돌리자 근처에 있던 의자를 붙잡았다.

그러고서는 그대로 강우의 뒤통수를 치기 위해 휘둘렀다.

“하아! 정말이지 똥인지 된장인지 꼭 찍어 봐야 적성이 풀리는 놈들이 있다니까.”

강우는 몸을 돌리면서 슬쩍 태민이 휘두르는 의자를 피하고서는 태민의 비어 버린 옆구리를 향해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게 주먹을 휘둘렀다.

퍼억!

“윽!”

태민은 숨이 막힐 듯한 충격에 신음을 흘렸다.

순식간에 강우가 자신의 앞에서 사라지는 듯하더니 자신의 왼쪽으로 돌아서는 주먹을 옆구리를 때린 것이었다.

태민의 몸이 허물어지면서 교실 바닥에 주저앉았지만 강우는 더 이상의 행동은 취하지 않았다.

아이들끼리의 싸움처럼 달려들어서 두들겨 패거나 하는 행동은 없었다.

강우 스스로도 그게 유치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태……태민아!”

“크윽! 뭐해! 저 새끼 밟아!”

태민의 패거리들 중에 하나가 태민을 부축하려고 하자 이를 갈며 태민은 강우를 밟아 버리라고 외쳤다.

재수 없게도 자신이 방심을 하다가 한 대 얻어맞았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태민의 패거리 아이들 역시나 강우가 태민을 이길 수 있다는 생각 따위는 하지 않았다.

그동안 자신들에게 지질하게 주어 터지던 강우였다.

“너 이 새끼!”

“하아!”

강우는 어쩜 이렇게 앞뒤 가리지 못하는 천둥벌거숭이 같은지 한심할 따름이었다.

‘결국 폭력을 휘둘러야 하나? 할 수 없지.’

강우는 과거였다면 두 눈을 감은 채로 아무것도 하지 못했을 터였지만 눈을 감지 않았다.

눈을 감는 순간 몸은 멈추고 상대의 공격에 무방비의 상태가 된다.

물론 전생에서 마르스의 괴물들과 싸울 때는 눈이 아닌 온몸의 감각으로 상대를 파악하고 반응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정도의 수준이 되지 못했다.

결국 눈으로 모든 것을 확인하고 반응해야만 했다.

다행히 상대는 조금 난폭한 일반 고등학생들 정도였다.

퍼억! 강우의 주먹이 덩치 큰 남학생의 옆구리를 가격하고 지나갔다.

다치게는 할 생각이 없었기에 있는 힘껏 때린 것은 아니었지만 텅 빈 공간에 들어간 충격은 꽤나 강력했다.

“으윽!”

온몸이 비틀거리는 와중에 강우의 발이 상대의 무너진 몸을 지탱하던 발을 밀어 버렸다.

상대가 마르스의 괴물이었다면 그대로 강우의 발이 머리를 부숴 놨을 터였다.

“너 이 새끼가!”

강우는 한심하고 천편일률적인 레파토리에 피식 웃으며 자신의 얼굴을 향해 휘둘러지는 주먹을 슬쩍 허리를 숙이며 피해 내고서는 또다시 텅 빈 오른쪽 옆구리를 향해 훅을 먹이듯이 주먹을 때려 넣었다.

“악!”

양아치들이라고는 하지만 결국에는 햇병아리들이었다.

순간적으로 힘을 주어 몸의 충격을 방어해 내지도 못하고 모든 충격이 몸 내부로 파고 들어왔다.

그나마 강우가 적당히 힘 조절을 하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있는 힘껏 때렸다면 옆구리에 금이 갈지도 몰랐다.

그러게 순식간에 세 명의 학교 일진들이 교실 바닥에 쓰러져 버리자 강우는 당황해하고 있는 남은 일진을 향해 말을 했다.

“더 할래? 아니면 그만 할까?”

“어! 이…… 이 새끼가!”

욕설은 하지만 섣불리 달려들지는 못했다.

남은 친구들처럼 옆구리를 붙잡고 교실 바닥을 뒹굴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래. 잘 생각했다. 애들 대리고 그냥 니들 교실로 가라. 그리고 애들 그만 괴롭히고 공부나 해.”

강우는 자신이 경고를 한다고 해서 딱히 말을 들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정신 차리게 하려면 확실하게 해야겠지만…….’

강우는 아주 반죽을 정도로 두들겨 패 버리면 정신은 차리지 않더라도 더 이상 나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지만 굳이 자신이 그렇게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괜히 자신이 가해 학생으로 몰려 귀찮은 일에 휘말릴 수도 있었기에 태민의 패거리들이 자신만 건드리지 않는다면 무시해 버릴 생각이었다.

“제……제길! 너 두고 봐!”

결국 태민의 패거리들은 옆구리를 부여잡고서는 강우의 교실 밖으로 도망을 치듯이 나가버렸다.

“오오오오!”

그리고 강우는 자신의 반 친구들의 감탄에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더 이상 지질한 강우는 없었다.

박천웅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