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아만전사 카르고 8화

2019-07-15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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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게임]

‘어찌 이런 일이……. 아만 일맥 중에서도 용맹하기로 소문난 아케니아 혈족이었는데.’

아케니아 혈족은 얼음 거인의 공세에 최후까지 맞선 혈족이었다. 비록 얼음 산맥이라는 천연의 방어막 덕을 보았지만 그래도 마지막까지 남은 아만족이라는 사실은 결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귓전으로 세실리아의 들뜬 음성이 파고들었다.

“아만족 전사는 모두 카르고 님처럼 강한가요?”

카르고가 조용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알 수 없다. 우리는 아만족의 일맥인 아케니아 혈족이다. 그리고 아케니아 혈족에서는 내가 유일한 전사다. 나 외에 다른 아케니아 혈족의 전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 음성이 왠지 모르게 서글퍼 보여 세실리아가 조용히 입을 닫았다. 앞에서 걸어가는 덩치 큰 아케니아 전사에게서 알 수 없는 슬픔이 전해졌다. 그녀는 조용히 입술을 깨물었다.

‘이것은 나에게 두 번 다시 찾을 수 없는 기회야.’

세실리아의 눈에 비친 카르고는 최고의 베테랑 전사였다. 제아무리 소문난 전사라도 홀로 리퍼를 사냥할 수 있는 전사는 극소수이다. 그것은 이름난 마법사나 궁수도 마찬가지였다. 한 방에 중형 몬스터를 꺼꾸러뜨릴 수 있는 베테랑 마법사나 궁수도 리퍼만큼은 꺼려한다.

리퍼는 마법 저항력이 상상을 초월하는 데다 전신을 갑주와 같은 딱딱한 껍질로 보호하고 있어 최소한 급소에 치명타를 서너 방은 맞춰야 겨우 쓰러뜨릴 수 있다. 그런 리퍼를 바짝 달라붙어 공격 수단인 낫을 무력화시킨 뒤 목을 부러뜨리는 것은 명성이 자자한 베테랑 전사들도 쉽게 하기 힘든 일이다.

카르고의 뒤를 따라가며 세실리아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세상에 전사는 널리고 널렸다. 농사일이 하기 싫어, 혹은 가업을 잇기 싫어 모험가의 길을 선택한 청년들은 보편적으로 전사의 길을 선택한다. 거점 도시에 가면 전사의 길을 걷고자 하는 풋내기들이 사방에 널려 있다.

그에 비하면 마법사나 궁수, 사제는 수가 월등히 적을 수밖에 없다. 일단 마법이나 활에 대한 재능이 있어야 선택이 가능한 직업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렇게 흔하디흔한 전사들 중에서 정작 쓸모 있는 전사를 찾기란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이다.

노예 사냥꾼들의 손에 어이없이 죽기는 했지만 라빈도 나름대로 유능한 전사였다. 파티를 이끌고 6개월 동안 무리 없이 필드를 누빌 수 있는 전사는 고작해야 전체의 5퍼센트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초보 전사들은 필드에 나가 몬스터와 맞닥뜨리는 순간 어찌 할 바를 모르고 얼어붙어 버린다. 그 자리에서 벌벌 떨다가 달려드는 몬스터에 맥없이 목숨을 내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전사 혼자 죽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를 철석같이 믿고 있는 사제나 마법사, 그리고 궁수의 목숨 또한 위태로워지는 것이다.

풋내기 전사가 첫 번째 사냥에서 생존할 확률은 고작해야 30퍼센트 남짓. 위기를 제 힘으로 당당히 극복해야만 실력 있는 전사로 성장할 수 있다.

실력 있는 전사로 인정받는 조건은 많고도 많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담력. 흉악한 생김새의 거대한 몬스터가 달려들어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제자리를 지켜야 한다. 몬스터를 통과시킨다면 뒤에서 지원하는 동료들의 목숨이 위태로워지기 때문이다.

또한 전사라면 각종 무기를 자유자재로 다뤄야 함은 물론 몬스터의 공격을 피해 낼 수 있는 반사 신경이 필수적이다. 뒤에서 사제가 치료를 해 주긴 하지만 거기에는 엄연히 한계가 있는 법이다.

필드의 몬스터들은 마나의 유동에 특히 민감하다. 전사에게 붙들려 있더라도 마법사나 궁수의 강력한 공격이 작렬하면 자연적으로 관심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 자신에게 큰 상처를 입힌 상대에게 분노하는 것은 몬스터의 본능이나 마찬가지이다. 그것을 커버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노련한 전사냐 아니냐가 갈린다.

원거리 공격에 한 대 얻어맞고 잔뜩 화가 난 몬스터를 틈을 주지 않고 몰아붙여 동료를 공격하지 못하게 만드는 기술은 전사에게 필수적인 덕목이다. 라빈은 바로 그 범주에 들지 못했기 때문에 동료 마법사의 목숨을 보호하지 못했다. 그 탓에 세실리아가 파티에 들 수 있게 되었지만 말이다.

몬스터들은 원거리 공격뿐만 아니라 치유 마법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전방에서 맞붙어 싸우는 전사에게 정도 이상의 치유가 가해질 경우 몬스터의 분노는 사제를 향해 폭발한다. 때문에 사제에게는 몬스터를 자극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적당하게 전사를 치료하는 기술이 필수적이다.

문제는 전사가 몬스터의 공격을 막아 내거나 회피하지 못해 큰 상처를 입었을 때 발생한다. 그렇게 되면 사제는 혼신의 힘을 다해 치유 주문을 외워야 한다. 전사가 쓰러지면 나머지 파티원들의 목숨 역시 풍전등화의 운명에 처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도 이상의 치료 마법은 몬스터를 자극할 수밖에 없다. 분노해서 사제를 공격해 들어가는 몬스터에게 다시 공격을 가해 주의를 돌리는 것이 또한 전사의 실력 중 하나이다.

실력이 있는 전사는 다수의 몬스터를 상대할 때에도 요령 있게 회피하고 무기로 막으며 악착같이 붙들고 있을 수 있다. 라빈 역시 한 마리 정도는 붙들고 있을 능력이 되었지만 두 마리를 커버하는 데에는 능력이 미치지 못했기 때문에 참사가 벌어졌다.

그렇듯 세상에 전사는 널리고 널렸지만 정작 실력 있고 노련한 전사를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나 마찬가지였다. 실력이 검증되어 명성을 떨치는 전사에게는 파티원이 되고자 하는 마법사나 궁수, 사제들이 구름처럼 몰려든다. 실력이 뛰어난 전사가 이끄는 파티의 필드 생존율이 그렇지 않은 파티에 비해 월등히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세실리아도 사실 운이 좋아서 라빈의 파티에 들 수 있었지, 그렇지 않았다면 풋내기 전사가 이끄는 허술한 파티에 끼여 필드로 나가야 했을 것이다. 그런 파티의 운명은 대동소이하다. 육신은 몬스터의 뱃속에 들어가고 뼈만 앙상하게 남아 필드에 굴러다닐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세실리아는 불과 6개월 만에 그런 필드의 법칙을 깨우쳤다. 6개월 동안 파티가 사냥한 몬스터의 신력을 흡수해 조금 강해지긴 했지만 아직까지 그녀는 풋내기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 그녀의 실력으로 수준 있는 파티에 드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만약 라빈이 세실리아의 미모에 눈이 돌아가지 않았다면 그런 믿음직한 동료들을 구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곁에는 더 이상 동료들이 없다. 새로 동료들을 물색한다고 하더라도 라빈 일행 정도의 수준을 가진 파티에 들어갈 수 있는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세실리아가 앞서 걸어가는 카르고의 뒷모습을 상기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카르고 님은 정말로 뛰어난 전사라고 볼 수 있지.’

맨손으로 달려들어 상처 하나 입지 않고 리퍼의 목을 꺾어 버린 아케니아 혈족 최후의 전사. 만약 이 사실이 알려지면 그의 파티에 들고자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 것이다. 다행히 지금 현재 그 사실은 오직 세실리아만 알고 있었다.

‘카르고 님과 동료가 된 것은 실로 천운이야. 계속 동료로 인정받으려면 반드시 그에게 도움이 되어야 해.’

물론 마법사로서 카르고를 도울 방법은 거의 없었다. 기초 마법인 화염구 하나 날리는 데 2분 이상 캐스팅을 해야 하는 그녀가 어찌 카르고에게 인정받을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카르고에겐 세상을 모른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고, 세실리아에겐 능히 그를 도와줄 능력이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능력은 오래지 않아 입증되었다.

* * *

꼬박 나흘을 이동한 끝에 카르고와 세실리아는 거점 도시인 레나르에 발을 들일 수 있었다. 그곳까지 이동하는 과정은 지극히 편안했다.

우선 카르고는 일급 레인저를 능가하는 감각을 지녔다. 멀리서 접근하는 몬스터의 기척을 일찌감치 알아차리는 것은 실로 엄청난 능력이었다. 나흘 동안 모두 세 마리의 리퍼가 다가왔다가 카르고의 손에 차디찬 시체로 변했다. 그 리퍼의 앞발에 달린 낫과 흘러나오는 피, 팔에 붙은 힘줄은 모조리 세실리아가 챙겼다. 리퍼의 낫이 제법 비싸게 팔린다는 말에 카르고는 낫을 부러뜨리지 않은 상태로 리퍼를 처치했다. 그것 또한 세실리아에게 경악을 안겨 주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게다가 틈틈이 마주치는 야생동물을 사냥하는 모습도 일품이었다. 겉으로 보기엔 둔해 보였지만 카르고가 달리는 속도는 달리는 말보다도 빨랐다. 빠른 속도로 도주하는 멧돼지를 순간적으로 따라잡아 일격에 목뼈를 부수는 모습에 세실리아는 입을 딱 벌려야 했다.

“정말 빠르군요.”

문제는 카르고가 사냥과 전투 외에는 문외한이라는 점이다. 죽은 멧돼지의 살점을 뜯어내어 구워 먹고 난 뒤 미련 없이 버리는 모습에 세실리아가 질겁했다.

“숲에서는 사냥감을 찾기가 쉽지 않아요. 그럴 경우를 대비해 반드시 식량을 비축해야 해요.”

“하지만 고기가 금방 썩을 텐데.”

“그러니까 염장이나 훈제를 해야죠.”

소금이 넉넉하지 않았기 때문에 세실리아는 카르고가 잘라 준 멧돼지의 살점을 모닥불에 그슬려 훈제처리를 했다. 연기가 넉넉히 배어 든 훈제고기는 장기간 보관해도 상하지 않는다. 그 덕분에 카르고와 세실리아는 다음 날 사냥할 만한 짐승을 발견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배를 두둑이 채울 수 있었다. 그렇게 나흘을 이동한 끝에 둘은 레나르로 접어들 수 있었다.

도시의 입구에는 중무장한 경비병들이 철통같이 지키고 있었다. 이따금 난입하는 몬스터를 상대하기 위해 경비병들은 하나같이 긴 창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모습을 드러낸 카르고와 세실리아를 보자 경비병들이 창을 겨누며 고함을 질렀다.

“정지! 정체를 밝히시오.”

자신에게 무기를 겨누는 모습에 카르고의 눈썹이 꿈틀하려는 순간 세실리아가 재빨리 앞으로 나섰다.

“저희는 필드에서 사냥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에요. 필드를 출입할 수 있는 허가증이 있어요.”

경비병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단둘이서 필드에 나갔다는 그 말을 믿으란 말이오?”

“필드에서 악명 높은 노예 사냥꾼들을 만났어요. 그들과 싸우는 과정에서 동료들이 많이 죽었고 오직 우리 둘만 살아남았어요.”

말을 마친 세실리아가 노예 사냥꾼들의 시체에서 회수한 펜던트를 내밀었다. 그 정도 실력의 노예 사냥꾼들이라면 틀림없이 수배가 되었을 것이라 생각하고 챙긴 것이었는데 예상이 적중했다.

“흠. 미하엘, 도미니크, 폴이라. 발락이라는 놈은 모르겠지만 이 세 녀석은 살인 및 약탈 행위로 수배가 되어 있구려. 이것을 가지고 시청으로 가면 현상금을 지급받을 수 있을 것이오. 동료들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오.”

“감사해요. 그리고 이것은 노예 사냥꾼들이 가지고 다니던 신분증이에요.”

세실리아가 큼지막한 주머니 하나를 건넸다. 그 속에는 수십 개의 펜던트가 들어 있었다. 대부분 미하엘 일당에게 죽임을 당한 자들의 것으로서 신분을 속이기 위해 사용한 모양이었다. 경비병들이 놀란 눈으로 자루를 받아 들었다.

“신분증이 이리 많았으니 놈들이 검문에 걸리지 않았지. 어쨌거나 고맙소. 도시로 들어가도 좋소.”

카르고와 세실리아는 경비병들의 환대를 받으며 관문을 통과했다. 악명 높은 노예 사냥꾼들을 죽인 탓인지 경비병들의 눈빛이 확연하게 달라져 있었다.

물론 카르고는 오고 가는 대화를 일절 알아듣지 못했다. 오가는 대화가 대륙 공용어도 아니라 인간들의 언어였기 때문이었다. 오직 아만족 언어밖에 모르는 그가 어찌 인간들의 언어를 알아듣겠는가?

도시 안으로 들어간 세실리아가 경비병들과 나눈 대화를 통역 마법을 이용해 설명해 주었다. 모두 들은 카르고가 얼굴을 찡그렸다.

“흠. 인간들의 세상은 매우 복잡하군.”

“워낙 인구가 많기 때문에 법을 지켜야 질서가 유지되기 마련이죠. 우선 상점으로 가도록 하죠. 그곳에서 전리품을 처분해서 돈을 만든 뒤 필요한 것을 사요. 그리고 여관도 잡고요.”

세실리아는 카르고를 끌고 도시 초입의 상점가로 향했다. 우선은 카르고가 짊어진 배낭에 가득한 물건을 처분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마법사로서의 실력은 형편없지만 세실리아는 물건을 흥정하는 능력만큼은 탁월했다. 전리품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세실리아의 재능이 여과 없이 발휘되었다. 초급 마법 학교에 다닐 당시 모자라는 학비를 벌기 위해서 쉴 새 없이 시장을 들락날락거렸으니 오죽하겠는가?

“오! 흠집이 전혀 없는 리퍼의 낫이로군. 어지간한 실력의 파티가 아니면 이토록 멀쩡하게 리퍼를 잡기 힘든데 말이오. 내 특별히 3골드를 쳐드리겠소.”

“지금 장난하세요? 이 앞 가게에서는 3골드 50실버를 제시했단 말이에요. 팔 것은 이것뿐만이 아니에요. 사냥한 리퍼의 피와 힘줄도 함께 팔 거예요. 이런 식으로 가격을 후려치면 다른 곳으로 갈 거예요.”

“허허, 알았소. 대단한 아가씨로군. 모두 다 판다면 특별히 가격을 더 쳐드리리다.”

세실리아는 능수능란하게 밀고 당긴 끝에 전리품을 꽤 괜찮은 가격에 팔아넘겼다. 그동안 카르고는 옆에 서서 연신 하품을 하고 있었다. 애당초 언어를 알아들을 수도 없는 데다 타고난 전사인 그가 흥정 따위에 관심이 있을 리가 없었다.

잠시 후 세실리아가 밝은 표정으로 카르고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죽은 동료들의 장비에서부터 노예 사냥꾼들로부터 노획한 것까지 모조리 팔아넘겼다. 무기와 장비 종류는 모험가들이 들끓는 레나르에서 처분하기 가장 쉬운 것에 해당했다.

“상당히 많이 받았어요. 이제 시청에 가서 현상금을 챙긴 다음 여관에 가서 쉬도록 해요.”

여관 생각을 하자 자신도 모르게 세실리아의 얼굴에 활기가 돌았다. 무려 보름 가까이 필드를 헤매느라 제대로 된 목욕을 하지 못했다. 여관에 가면 제대로 된 음식을 먹을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절로 침이 흘러나왔다.

시청에서는 아무런 말없이 현상금을 지급해 주었다. 세실리아는 제법 두둑해진 주머니를 짤랑거리며 시청을 나섰다.

“이제 여관으로 가요.”

“그러지.”

그러나 구린내를 풍기면 반드시 파리가 꼬이기 마련이다. 카르고와 세실리아가 인적이 드문 골목길로 접어들었을 때 그림자 몇 개가 느닷없이 튀어나와 그들의 길을 막았다.

“이런.”

세실리아가 당황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흉악한 생김새의 사내 서너 명이 몽둥이와 단검을 들고 골목 입구를 틀어막고 있었다. 세실리아의 얼굴에 낭패한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

‘잘못했어. 조금 돌아가더라도 사람이 많이 오가는 대로를 선택해야 했는데.’

길목을 막은 자들은 한눈에도 질 나쁜 건달패거리들로 보였다. 만약 파티가 온전했더라면 저들은 결코 길을 막지 않았을 것이다. 모험가들이 상대하기 까다로운 족속들이란 사실은 건달패거리들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겉으로 보기에 그들은 풋내기 마법사 하나에 허풍선이로 알려진 아만족 하나뿐이다. 건달패거리로서는 더 이상 좋은 먹잇감이 아닐 수 없었다.

“흐흐흐. 제법 주머니가 짭짤하다며? 그러면 마땅히 세금을 바쳐야지.”

당황해하는 세실리아의 귓전으로 착 가라앉은 카르고의 음성이 들렸다.

“이것들은 뭐지?”

그녀는 그제야 겨우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우리 돈을 노리는 자들이에요.”

그 말을 들은 순간 카르고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도둑이란 말이로군. 그럼 용서할 수 없지.”

김정률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