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열쇠 5화

2019-10-08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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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게임]
5화

2. 첫 번째 임무(1)

칙칙한 홀아비 냄새가 나던 방에 은은한 꽃향기가 흐르고 있었다.

그 은은향 꽃향기는 좁은 방을 돌고 돌아 방의 침대에 누워 있는 유일한 생명체인 강일의 몸 속으로 들어갔다가 강일의 몸을 돌아서는 흘러 나왔다.

그렇게 강일이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을 때마다 천연화의 향기는 강일의 몸 속으로 들어오고 나오고를 반복하고 있었다.

신비로운 현상이었지만 그 양이 미미해서 강일의 신체의 피로를 풀어 주는 정도 밖에는 되지 않았다.

물론 오랜 시간 동안 천연화의 향기를 맡게 된다면 강일도 마치 무협 소설에 나오는 고수 같은 힘을 쓸지도 몰랐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고대 중국의 진시황이 그토록 찾으려고 했던 불로초에는 미치지 못할지라도 무병장수할 수는 있었다.

신선의 꽃이라고 하는 천연화는 그렇게 허름하고 남루한 방 안에서 화사하게 자신의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

강일은 스르륵 눈을 뜨고서는 하얀 천장을 바라보았다.

잠이 든 것인지 잠이 깬 것인지 모를 정도로 편안한 잠을 잘 수 있었다.

“잠이 들기는 했던가?”

강일은 자신이 잠을 자기는 했던 것인지도 모를 정도로 개운한 신체에 자연스럽게 몸을 일으켰다.

몸이 멈추었다가 움직이면서 느껴지는 찌뿌듯한 느낌도 없었다.

강일은 자신의 고시원에서 나와서는 화장실로 향했다.

매일 전쟁 같은 일을 치르려는 것이었다.

“아! 일찍 일어났구나.”

평소였다만 단 세 칸뿐인 화장실을 차지하기 위해 이십 명도 넘는 사람들이 아침부터 난리였을 터였다.

그런데 평소보다 개운하게 자서인지 강일은 평소보다 한 시간 일찍 일어나 있었다.

당연히 다들 잠에서 깨지 전이었으니 강일 혼자 한가롭게 볼일을 볼 수 있게 되었다.

평소보다 10분만 일찍 일어나도 사실 대단히 쾌적한 하루를 시작 할 수 있지만 그 10분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었다.

강일은 그렇게 멍하니 화장실에 앉아서 큰일을 치르기 시작했다.

“…….”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흘렀지만 강일은 왜인지 나오지 않는 것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조금 시간이 걸리는 편이었지만 변비는 아니었다.

그런데 왜인지 나오지를 않는 것이었다.

결국 강일은 고개를 숙여서는 변기 안을 바라보았다.

“뭐냐? 넌 언제 나와 있었어?”

흑산도 구렁이 한 마리가 변기 속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에 강일은 언제 자신이 대변을 볼 것인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화장지를 뜯어서는 뒤처리를 했다.

“응? 왜 안 묻어나?”

일 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하다는 묻어나지 않는 화장지에 강일은 감탄을 했다.

강일은 오늘 뭔가 좋은 일이 있을 것만 같은 생각에 로또를 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더욱이 어제 정체불명의 미녀에게서 낡은 궤짝을 팔고 200만 원이 가까운 돈을 받은 강일이었다.

물론 이 돈은 대부분 빚을 갚는 데 써야할 돈이었다.

더욱이 밀린 고시원비도 내고 각종 공과금도 내고 나면 강일의 수중에 남는 돈을 없을 터였다.

그럼에도 강일은 왠지 모르게 걱정이 되지 않았다.

마치 모든 것이 다 잘될 것만 같다는 다소 붕 뜬 기분이 드는 것이었다.

강일은 어젯밤 먹고 남은 치킨을 아침밥 삼아 먹고서는 시계를 힐끔 보고 몸을 일으켰다.

“그럼 오늘도 열심히 살자!”

아직 하백이 보내 준다는 임무는 강일에게 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마냥 하백이 보내 줄 임무를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강일은 아침 운동을 겸 정신을 차리기 위해 하던 산책을 하러 밖으로 나섰다.

“후우!”

평소보다 일찍 나온 것에 새벽의 쌀쌀한 공기가 평소와는 조금 달랐다.

강일은 가볍게 조깅을 하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몸이 가볍다.’

확실히 강일은 몸이 가볍다는 느낌을 받았다.

더욱더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지만 충분히 몸이 버텨 주고 있었다.

분명 지금 정도로 달리면 십 분을 넘기기도 전에 숨이 가빠 올 터였다.

“역시 예사롭지 않은 물건이었어.”

강일이 바보는 아니었다.

자신의 몸의 변화나 숙면의 원인이 단지 우연이라고만 생각을 할 수 없었다.

“그 꽃이 원인이었어. 그냥 꽝은 아니라는 소리지. 하긴 신이라는 존재가 단지 돈이나 귀중품을 인간에게 준다고는 볼 수는 없겠지.”

강일은 스마트폰으로 천연화에 대해서 찾아봤지만 그와 비슷한 꽃을 전혀 찾아낼 수 없었다.

물론 세상의 모든 꽃들을 다 확인 할 수 없는 것은 당연했기에 강일이 찾지 못한 것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저런 효능이 있는 꽃이라면 분명 알게 모르게 소문이 났었겠지.”

강일은 천연화가 적어도 신의 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결국 꽃이었다.

그 꽃의 향기가 피로를 풀어 주는 효능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강일의 지금 상황을 바꿀 수 있는 물건은 아니었다.

천연화의 다른 효능이 있다면 모를까 단지 피로를 풀어 주는 정도라면 대단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그것은 강일이 착각을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누구 하나 강일에게 천연화에 대해서 설명을 해 주는 이가 없었으니 강일의 생각은 일반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강일은 평소보다 가벼운 몸에 평소 돌던 산책로를 수월하게 돌고서는 고시원으로 돌아왔다.

“후우! 언제까지 이래야 하는 건지.”

강일은 혹시라도 사채업자들이 온 것은 아닌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고시원 건물로 들어섰다.

드르륵!

강일이 얼른 고시원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고 할 때 고시원 입구의 총무실 창문이 열리고서는 세진의 피로한 얼굴이 보였다.

“강일아. 어제 택배 왔다.”

“예? 택배요?”

자신에게 올 택배가 없었기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강일이었다.

‘부모님이 보내 주신 건가?’

자신이 뭐를 시킨 적이 없으니 택배가 올 리가 없었다.

결국 지방에 계시는 부모님이 없는 살림에 반찬거리라도 보낸 줄 알았다.

하지만 이내 그런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이건 뭐지?”

강일은 길쭉한 원통 모양의 택배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략 30cm 정도 되는 길이의 원통이었다.

“어디서 보낸 거지?”

강일은 택배의 발신지를 확인하기 위해 원통을 돌려서는 발신지 부분을 보았다.

하지만 이내 강일의 두 눈이 부릅떠지며 몸이 부르르 떨렸다.

잊고 있지는 않았지만 이런 식으로 올 줄은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처…… 첫 번째 임무가 왔다.’

하백이 보낸 첫 번째 임무가 택배를 통해 온 것이었다.

뭔가 조금은 신비롭게 임무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던 강일은 조금은 맥이 빠진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다가 자신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세진와 눈이 마주쳤다.

“아! 고시원비 드릴게요.”

강일은 호주머니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어서는 세진에게 내밀었다.

“어! 그래.”

세진는 익숙하게 강일에게서 돈을 받아서는 서랍에 넣어둔 서류철을 꺼내어서는 304호실이라고 적혀 있는 곳에 돈의 액수를 적어두었다.

통장으로 고시원비를 입금하면 되는 일이었지만 이 고시원의 주인은 한사코 현금으로 받기를 원했다.

현금으로 내면 3만 원을 깎아 준다고 하니 고시원에 사는 사람들은 탈세 때문인 것을 알면서도 현금으로 고시원비를 냈다.

강일은 자신의 고시원비를 표시하는 세진를 보며 조금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저기, 세진 형!”

“응? 왜?”

세진는 강일이 자신에게 무언가 말을 할 것이 있다는 듯한 것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 고시원 옮기려고 하는데요.”

“그래? 언제?”

“방 구해지는 대로요.”

“알았다.”

같이 지내온 지도 3년 가까이 지났건만 너무 무덤덤한 목소리였다.

‘하긴 이런 곳에서 무슨 정이라는 것이 있겠어.’

강일 자신도 마찬가지이지만 이런 고시원에서 사는 사람들의 처지란 다들 대동소이했다.

서로가 말 못할 비밀 한두 개 정도는 가지고 있었고 그 이상으로 사연들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강일 또한 그 사실을 잘 알기에 세진를 향해 꾸벅 인사를 하고서는 계단을 통해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지금 강일에게는 그것보다 중요한 일이 생겨나 있었다.

‘임무. 살려면 반드시 해야만 하는…….’

하백이 임무를 환수하지 못한다면 죽고 싶다고 매달릴 것이라는 경고를 했다.

당연히 강일로서는 긴장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어려운 임무라면 결국 자신은 고작 일주일 동안의 삶밖에는 살 수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런 임무를 언제까지 해야 할지도 알 수 없었기에 강일은 한숨이 나왔다.

철컥!

열쇠로 단단히 닫아 놓은 자신의 고시원 방을 열자 방 안에서 은은한 천연화의 향기가 퍼져 나왔다.

강일은 얼른 방 안으로 들어가서는 문을 닫고서는 잠금 버튼을 눌렀다.

행여 누군가 보면 곤란했다.

천연화는 조금의 시듦도 없이 기분 좋아지는 향기만을 풍기고 있었다.

확실히 보통 꽃은 아닌 듯 보였다.

“흐음! 은근히 곤란하네.”

강일은 천연화의 향기가 자신의 방을 넘어 은은하게 고시원 건물의 다른 방들로도 퍼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칫 도둑이라도 맞는다면 꽤나 곤란한 상황이 올지도 몰랐다.

사실 강일도 천연화를 팔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비록 피로만을 풀어 준다고는 해도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일이었다.

“그랬다가는 하백님이 노하실 것 같은데…….”

하백이 내용물에 대해서 어떻게 하라는 주의할 점을 알려준 것은 아니었지만 강일은 왠지 하백이 무척이나 화를 낼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자칫 겨우 살아난 것이 무용지물이 될 지도 몰랐다.

더욱이 자신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으니 어쩌면 강일 자신이 모르는 무언가가 꽃에 있을지도 몰랐다.

‘비굴하게 보일지라도 일단 살 거다. 죽음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아. 아무것도…….’

강일은 이를 악물었다.

심경의 변화가 있었다.

바로 죽는 순간, 살려 달라고 그토록 빌고 빌었던 그 순간 강일은 자신이 너무나도 살고 싶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강일에게 그 누구에게도 오지 않을 법한 기회가 생겼다.

툭!

강일은 방바닥에 내려놓은 하백의 임무가 들어 있는 택배를 노려보았다.

“나에게 있어서는 마지막 기회다.”

박천웅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