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승부조작에 대한 낮아진 처벌과 경각심

2021-05-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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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해외에서 크고 작은 승부조작 이슈가 끊이질 않고 있다. '크고 작다'라는 표현을 쓰는 것조차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최근 특정 선수가 승부조작에 어떻게 가담하게 됐고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징계가 달라진 사례들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지난 4월 5일 카운터 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이하 CS:GO) 선수들의 부정행위가 범죄 수준까지 올라 미국 연방수사국인 FBI가 공식적으로 e스포츠 승부조작 조사에 착수했다. CS:GO의 승부조작 논란은 2013년부터 꾸준히 발생했으며 이에 따라 다수의 e스포츠 대회를 주관하는 ESL은 2017년 CS:GO 선수들과 개인 면담을 진행해 부정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를 정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ESL은 승부조작 및 도박 사기, 도핑, 뇌물 수수 등의 불공정 해위에 대한 처벌 규정을 발표했다. 먼저 부정행위를 저지른 선수들의 성적을 무효화하고 대회 상금을 몰수하기로 했으며 선수의 연령과 부정행위의 정도, 대회 규모 등을 반영해 짧게는 2년, 길게는 무기한 줄천 금지 징계를 내리기로 했다. 약물 도핑과 뇌물 수수에 대해서는 1-2년 사이의 출전 금지 징계를 내리기로 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CS:GO에서는 여전히 승부조작 사건들이 나오고 있다.

또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리그 오브 레전드(LoL) 대회에서도 올해 승부조작 사건이 터졌다. 지난 1월 중국 LoL 2군 리그인 LDL에서 승부조작 사건이 발생했으며 완첸 e스포츠 클럽 소속 미드 라이너와 정글러는 각각 38개월, 14개월 선수 자격 정지 처분을 받았다. 지난 3월에는 대표적으로 중국 1부 리그에서 뛰고 있는 펀플러스 피닉스(FPX)의 정글러 'Bo' 저우양보가 LDL 시절 승부조작에 관여했다고 자수했다.

그러나 라이엇 게임즈 차이나는 저우양보가 승부조작에 관여한 사실을 인정하고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다며 출전 정지 징계를 6개월에서 4개월로 줄였다. 많은 국내 팬과 중국 팬들은 해당 징계를 보고 저우양보에 대한 처벌이 관대하다며 반발했고 말도 안 되는 징계 수위라며 비판했다. 만약 이에 대한 처벌이 바뀌지 않는다면 저우양보는 2021년 7월 1일 이후 LPL 서머에 참가할 수 있게 된다.

기가 차지 않을 수가 없다. 아무리 승부조작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고 자수를 했다고는 하지만 승부조작 관련 처벌 수위가 이렇게도 낮아질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또 승부조작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다면 어떤 방식으로 참여했다는 것인가?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도 않았다.

2000년대부터 e스포츠 대회를 보며 자랐고 꿈을 키운 기자 입장에서는 승부조작 사건이 터졌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몸이 떨린다. 승부조작이 e스포츠에 어떤 영향을 끼쳤고 스타크래프트 리그에 어떻게 적용됐는지를 봤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e스포츠 종주국이라는 타이틀을 얻기까지 참 많은 관계자와 팬들이 노력했다.

이런 이유로 국내 팬과 e스포츠 업계는 승부조작에 대해 굉장히 민감하다. 국내에서 승부조작 정황을 들킨 선수들은 영구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만약 저우양보의 경우가 국내에서 발생했다면 영구 출전 정지 징계를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e스포츠는 전통 스포츠와 달리 역사가 길지 않다. e스포츠는 여전히 성장 중이고 가능성도 아직까지 무궁무진하다. 또한 e스포츠는 최초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e스포츠를 사랑하는 한 팬으로서 기쁘지 않을 수가 없다.

아무튼, 올해 발생한 승부조작 사건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징계 처리도 끝났다. 국내에서든 해외에서든 다시는 승부조작이 e스포츠 발전의 길을 방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안수민 기자 (tim.ansoomin@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