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트로 변화의 중심에는 김현진 감독이 있다. 김현진 감독이 이스트로로 돌아온 뒤 이스트로는 달라진 모습으로 팬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무기력했던 선수들의 눈빛에도 승리에 대한 집착이 묻어나기 시작했고 어떤 팀을 만나도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실제로 강팀을 연거푸 잡아내며 두려운 상대로 인식됐다.
변화한 이스트로를 보며 많은 사람들은 김현진 감독이 어떤 마법을 부렸는지 궁금해 한다. 궁금증을 풀어보기 위해 위너스리그가 끝나고 난 뒤 봄처럼 따뜻한 기운이 풍기는 어느 오후 김현진 감독을 만났다.
◆첫 번째 마법…마인드 개조
김현진 감독이 이스트로에 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선수들과의 대화. 성적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선수들의 마인드를 바꾸는 일이라고 판단했기 때문.
"감독대행으로 왔을 때 정말 놀랐어요. 감독대행을 맡은 뒤 바로 다음 날이 경기였는데 선수들이 왠지 경기장에 가기 싫어하는 것 같더라고요. 잦은 패배로 인해 심신이 지쳐있었던 거죠. 그 모습을 보고 당장 1승을 거두고 실력을 향상시키는 것 보다 선수들의 마인드를 바꾸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선수들과 대화를 시도했죠."
선수과 대화하며 연습하고 이겨야 하는 이유를 알려주는 데 주력하며 선수들이 승리를 열망하는 마인드로 바꾸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고. 두 달 가량 노력한 결과 선수들이 하나 둘 바뀌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패한 뒤 화가 나있는 선수들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놀라운 변화를 보여준 선수는 신상호. 김 감독은 "왜 나를 내보내 주지 않느냐"고 대드는 선수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선수가 출전에 욕심을 내고 승리를 열망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상호가 처음으로 "나가고 싶다"며 '반항'했을 때 뛸 듯 기뻤다고 한다.
"상호와 로스터를 걸고 내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화승과 맞붙기 전 이제동이 데스티네이션에 나올 것을 확신한 오상택 코지와 저는 선수들에게 ‘이제동과 맞붙고 싶은 사람은 손을 들라’고 말했어요. 그런데 당당하게 상호가 손을 들더라고요. 그때까지 신상호의 저그전 성적이 워낙 좋지 않았기 때문에 솔직히 망설였어요. 제가 망설이는 것을 본 상호가 ‘반드시 승리하겠다. 왜 나를 믿지 못하냐. 나는 자신 있다’며 저를 설득하더군요. 그래서 자신감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 보고 싶어 ‘만약 이 경기에서 패하면 한 달간 너를 로스터에서 빼겠다. 그래도 나가고 싶냐’고 말했더니 상호가 당당하게 ‘그러셔도 좋으니 내가 이제동과 붙겠다’고 말하더라고요. 겉으로 내색은 안 했지만 속으로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결국 신상호는 데스티네이션에서 이제동과 맞붙어 시원하게 승리했다. 김 감독은 신상호가 승리한 뒤 너무 기뻐하며 벤치로 오는 것을 보고 “정말 뿌듯했다”며 그때를 회상했다. 나중에 물어보니 신상호가 로스터에서 빠지지 않기 위해 죽을 힘들 다해 연습했다고 한다. 승리에 대한 열망과 자신감을 키우며 승리에 대한 기쁨을 점점 알아가기 시작한 선수들의 성적이 좋아진 것은 당연지사. 그리고 이제 이스트로 선수들은 패하더라도 절대 쉽게 패하지 않는 오기와 끈기로 똘똘 뭉친 진정한 프로로 거듭났다.
“저도 감독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기에 부담감이 심합니다. 하지만 선수들이 진정한 프로로 거듭나는 모습을 보면 감독을 한 보람을 느끼게 됩니다. 내가 감독이라는 자리를 잘 해낼 수 있을지 나조차도 걱정했는데 선수들이 워낙 잘 따라와 줬기 때문에 지금의 이스토로가 된 것 같아요”
◆두 번째 마법...박상우 육성 작전
선수들의 마인드가 어느 정도 정비된 뒤 김 감독은 본격적으로 선수 키우기에 나섰다. 선수 출신 감독이다 보니 선수를 보는 눈이 남달랐다. 김 감독의 눈에 띈 선수는 테란 박상우. 박상우는 '운 좋게' 김 감독의 눈에 들어 '입에 거품을 물 정도로' 혹독한 훈련을 받았다.
혹독한 훈련이 ‘살인적인 연습 스케줄’만을 뜻하는 단어가 아니라는 사실을 김 감독과 인터뷰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 김 감독은 박상우에게 1, 2라운드 22경기 동안 모두 두 경기를 준비시켰다. 1~4세트 중 한 경기를 준비시킨 뒤 “무조건 에이스 결정전은 네가 나갈 테니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실전만한 연습이 없다고 생각한 김 감독은 연패를 하더라도 박상우를 경기에 계속 내보냈다. 에이스 결정전에 대부분 박상우가 출전한 것 자체가 '혹독한' 트레이닝이었던 셈이다.
“상우에게 너무 미안해요. 희승이 같은 경우는 자신감을 회복시켜주기 위해 일부러 저그만 만나도록 많이 배려했어요. 그래서 프로리그 1, 2라운드 희승이 성적이 매우 좋고요. 하지만 상우에게는 그런 배려 없이 무조건 많이 출전시켰고 완벽하게 준비되지 않았을 때도 출전시켰기 때문에 승만큼 패도 쌓았죠. 다른 선수들처럼 배려해 주지 못한 점이 미안하지만 앞으로도 상우에게 그런 배려는 하지 않을 예정이에요. 상우를 이스트로의 에이스로 키우고 싶기 때문입니다.”
김가을 감독이 2007년 ‘필패 카드’라고 불리던 허영무를 계속 기용했고 결국 허영무는 2008시즌부터 두각을 나타내 지금은 최고의 프토로스로 자리매김 할 수 있었던 것을 생각해 보면 2009년 김 감독이 박상우를 계속 내보내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박상우가 허영무처럼 팀의 에이스로 자리매김 하는 날 이스트로는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세 번째 마법...신희승 프라이드 세우기
김 감독이 부임했을 때 신희승은 나락으로 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스타리그 4강에서 무너진 뒤 '정신줄'을 놓은 상태였다. 그래서 김 감독은 어떻게든 신희승을 부활시키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래서 신희승에게 저그만 상대할 수 있도록 맞춤 엔트리를 짰고 신희승이 출전하는 맵에서 완벽한 전략과 전술을 운영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희승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감 회복이었어요. 이미 자신감은 바닥으로 떨어졌고 이대로 경기에 출전시켰다가는 안될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희승이가 자신 있어하는 맵만 출전시켰어요. 그리고 신희승은 1, 2라운드에서 멋지게 부활했죠.”
김 감독 시나리오대로 신희승은 1라운드에서 레이드어설트2 전담 선수로 출전해 저그를 상대로 3전 전승, 2라운드에서 저그를 상대로 3전 전승 등을 포함해 1, 2라운드에서만 9승을 거두는 기염을 토했다. 신한은행 프로리그 2008시즌 1승7패를 기록한 것과 비교했을 때 완벽하게 살아 났다. 이후 신희승은 자신감을 회복해 개인리그 본선에 모두 진출하는 등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신희승이 완벽하게 부활할 수 있었던 이유는 승리를 쌓아가며 점점 예전 개인리그 4강에 갔을 때의 모습을 찾아갔기 때문이라고. 김 감독의 의도대로 신희승이 자신감을 회복하고 나니 이스트로의 성적은 좋아질 수 밖에 없었다. 얼마 전 이영호를 연거푸 꺾으며 이영호의 새로운 천적으로 떠오를 만큼 경기력도 한층 업그레이드 됐다.
*2편에서 계속.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