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우는 10일 프로리그에서 KT 롤스터 이영호의 테란전 23연승을 저지했다.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테란들이 모두 덤벼도 이기지 못할 것 같던 이영호를 박상우가 제압하고 테란전 22연승 기록을 끊어내자 많은 관심이 쏠렸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박상우의 모습을 뒤에서 바라보며 흐뭇하게 미소 지은 사람은 다름 아닌 김현진 감독이었다.
그러나 10일에는 달랐다. 박상우가 이영호를 꺾고 내려오자 김현진 감독은 활짝 웃었다. 오랫동안 박상우를 혹독하게 트레이닝 시켰던 결실을 맺었기 때문이다. 김현진 감독은 박상우를 에이스로 키워내기 위해 지난 1년 동안 박상우와 함께 수많은 땀과 눈물을 흘렸고 이영호를 꺾으며 첫 결실을 수확했다.
김 감독은 지난 신한은행 프로리그 08~09시즌 박상우에게 무조건 하루 두 경기를 준비시켰다. 1~4세트에 나서는 경기와 에이스 결정전을 맡겼다. 그 때만 하더라도 박상우는 준비가 되지 않은 선수였다. 이스트로의 에이스로가 되기에는 기본기나 경험이 부족했고 랭킹전에서 1위를 고수하는 선수도 아니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박상우를 에이스급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경험을 쌓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에이스 결정전에 무조건 박상우를 내보냈다.
아직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출전했던 박상우는 지난 시즌 65번 출전해 33승32패를 거뒀다. 33승을 거두며 다승 9위에 오르긴 했지만 32패로 다패 2위에 오르는 불명예를 얻었다. 박상우는 시즌 후반 “하루 두 경기를 준비하는 것이 너무 힘들다”고 호소했지만 김 감독은 박상우를 에이스로 키워내기 위해서는 이 고비를 넘겨야 한다고 생각하고 박상우를 설득시켰다.
박상우는 지난 시즌을 회상하며 “정말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김 감독의 ‘에이스 만들기 프로젝트’가 워낙 힘들었던 데다 많이 패했기 때문에 자신감이 떨어져 심리적으로도 힘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다른 선수들보다 리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체력적으로도 문제가 있어 고생을 많이 했다.
김 감독 역시 박상우를 에이스로 키우면서 마음 고생이 심했다. 다른 선수들 엔트리를 짤 때는 잘하는 종족이나 맵을 배려하면서 짰지만 박상우는 일부러 에이스들과 매치시켜 부담을 가중시켰던 것이다. 그 와중에 박상우가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그만두고 싶다”는 이야기를 할 때 박상우를 무섭게 혼내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래야 하는 상황 때문에 미안하고 안타까웠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박상우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하며 어떤 시련에도 흔들리지 않는 선수로 키우기 위해 주력했다.
하드 트레이닝을 받은 박상우는 신한은행 프로리그 09~10시즌이 되자 완전히 달라졌다. 박상우는 16승6패, 승률 7할이 넘는 기록으로 다른 팀 에이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지난 시즌 확실한 1승 카드가 없어 매번 에이스 결정전에서 패해 승수를 쌓지 못했던 이스트로는 이번 시즌 박상우의 맹활약 덕분에 웅진, 화승, 하이트, 삼성전자 등을 제치고 중위권을 유지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박상우는 프로토스전 10연승을 기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영호, 민찬기, 염보성, 김구현, 허영무 등 다른 팀의 에이스를 꺾으며 어려운 상대와 맞붙어도 전혀 겁먹지 않는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에이스를 만나면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던 지난 시즌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성적이 좋지 않아도 지난 시즌 계속 에이스를 만나게 했던 김현진 감독의 트레이닝 효과가 바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박상우의 마음가짐도 100% 달라졌다. 계속 승수를 쌓아가는 상황에서 박상우는 자신감이 최고조에 올라있다. 전에는 “에이스들과 대결은 피하고 싶다”고 말했지만 이영호를 꺾고 난 뒤 “많은 사람들이 이영호와 신희승의 대결을 바랐지만 나는 이영호와 붙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고 말하며 한 팀을 짊어지고 있는 에이스다운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
이처럼 김현진 감독의 혹독한 훈련을 견뎌내며 에이스로 성장한 박상우는 개인리그에서 어느 정도 활약을 더하면 완벽한 에이스로 거듭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상우 역시 “스타리그에 여러 번 진출했지만 매번 36강에서 탈락하며 아쉬움을 남겼기 때문에 이번 시즌에는 반드시 개인리그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스트로 김현진 감독은 “1승 카드를 키우는 일은 정말 어렵다. 그 과정을 견뎌내는 선수는 물론, 옥석 가리기를 진행해야 하는 코칭 스태프의 눈, 그 과정을 끝까지 수행할 수 있도록 옆에서 지켜보는 일 그리고 코칭 스태프의 말을 신뢰하고 그대로 행하는 선수 등 모든 요건이 들어맞아야만 가능하다. 박상우는 그 과정을 잘 소화해 냈고 지금의 성과를 냈다. 아직 박상우를 에이스로 성장시키는 일은 끝나지 않았고 더 훌륭한 선수로 키우기 위해 계속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말했다.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