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드디어 4강 대진이 확정됐습니다. 슈퍼레이스 조에서는 역시 CJ 레이싱과 팀 106이 준결승에 안착했고 KSF조에서는 3전 전승의 솔라이트 인디고에 이어 유베이스 알스타즈가 치열한 경쟁을 뚫고 4강에 합류했습니다.
카트리그가 4대4 팀전으로 변화한 지도 벌써 세개의 시즌이 지났습니다. 그 동안 수많은 팀들이 스피드전, 아이템전 할 것 없이 하나의 '팀'으로서 훌륭한 경기들을 펼쳐 왔죠. 하지만 결국 승리를 가져가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각 팀의 '에이스'였습니다. 세트스코어 1:1 상황에서 진행되는 '에이스결정전', 단 한 번 일대일의 경기로 마지막 승부의 마침표를 찍게 됩니다.
에이스는 외롭습니다. 팀 전체의 승부를 홀로 지고,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 상대와 외나무다리 승부를 펼쳐야 합니다. 승리하면 모든 것을 가지지만, 패배 역시 혼자 감당해야 하죠.
이번 주 경기를 펼치게 될 슈퍼레이스 조의 두 팀 역시 최고의 '에이스'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팀 106의 '유버스' 유영혁, CJ레이싱의 '에결불패' 이재인이 그 주인공입니다.
◆'유버스'는 준우승까지만 운행한다?
최고의 라이더라는 평가를 받는 유영혁이지만, 유독 에이스결정전에서는 쓰라린 패배의 아픔을 많이 겪어 왔습니다. 카트 팀 리그의 첫번째 시즌인 '카트리그 시즌제로' 결승전, 팀 106의 유영혁은 서한-퍼플 모터스포트를 맞아 접전 끝에 에이스결정전에 돌입하게 됩니다.
상대는 유영혁과 함께 2인 팀전이었던 17차리그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린 '악동' 박인재.팬들과 선수들, 관계자들 모두 유영혁의 승리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날, 박인재는 '유영혁 덕분에 우승한 2인자'라는 평가를 비웃기라도 하듯, 완벽한 주행으로 유영혁을 침몰시켜 버립니다. 유영혁과 '에이스결정전'의 긴 악연이 시작되는 순간이었습니다.
◇17분 15초부터 보실 수 있습니다.
이 날의 패배 이후, 유영혁은 가장 중요한 고비마다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게 됩니다. '시즌제로'의 차기 시즌인 '배틀로얄' 결승전. CJ 레이싱의 선수로 출전한 유영혁은 유베이스 알스타즈를 맞아 3세트 2라운드에 돌입했습니다. 상대팀에는 특급 신인으로 평가받는 이재인이 속해 있었죠.
4:4 스피드전, 그리고 시즌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이 경기에서 유영혁은 특유의 탱크같은 주행을 선보입니다. 상대팀 선수들을 하나하나 제치고 결국 눈 앞에 이재인만을 남겨두고 있었죠.
피니시 라인을 통과하기 직전, 마지막 코너에서 유영혁은 모아두었던 최후의 부스터를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육안으로는 분간할 수 없을 만큼의 미세한 차이로 이재인과 나란히 결승선을 통과합니다.
1분 51초 76. 두 선수의 기록은 1/100초까지 동일했습니다. 하지만 시스템상으로 표시된 순위는 1위 이재인, 2위 유영혁. 표시되지는 않지만 1/1000초까지 파악하는 카트라이더의 시스템은 결국 이재인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결승전의 마지막 상황에서 동률 기록에 대한 이슈가 발생했고, 현재 카트리그에서는 1/1000초까지 정확하게 순위표에 표시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유영혁은 1/1000초 차이로 또 한번 준우승에 머물러야 했습니다.
◇28분부터 마지막 라운드가 펼쳐집니다. 경기 이후 순위표에서 정확한 기록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에결불패' 이재인, 전설의 시작
패배의 아픔을 겪은 유영혁과 달리, 이 승부에서 1/1000초를 제압한 이재인은 명실상부한 카트리그 최고의 스피드레이서로 우뚝 서게 됐습니다. 이미 배틀로얄 시즌에서 김승래, 장진형 등 굵직굵직한 커리어를 가진 선수들을 상대로 단 한번도 패배하지 않았던 이재인은 우승과 동시에 '에결불패'의 역사를 써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충격적인 장진형의 패배. 이 때까지만 해도 이재인은 신인급 선수에 불과했습니다.
이재인의 강점은 '타이밍'에 있습니다. 1:1 상황에서 급한 마음에 몸싸움을 걸거나 불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무리한 인코스 진입을 시도하는 선수들은 번번이 큰 사고에 휘말리며 코스아웃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재인은 정확하게 싸워야 할 구간에서만 승부를 거는 선수입니다.
무리하지 않고 거리를 유지하며 상대의 실수를 유도하고, 사고에 휘말려도 금세 라인을 잡고 유유히 빠져나가는 선수죠. 그래서 에이스결정전에서는 전대웅 같은 '타임어택'형 라이더보다는 문호준, 이재인 같은 '멀티형' 라이더가 승률이 높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번 시즌, 결국 이재인은 조별 풀리그 경기에서 유영혁을 잡아내며 '에결불패'의 클래스를 증명했습니다.
◇유영혁의 라인이 흐트러진 상황을 놓치지 않고 이재인은 정확한 공격으로 승리를 가져갑니다.
CJ레이싱은 스피드전이 강합니다. 반대로 아이템 최강자 이은택을 보유한 팀 106은 아이템전에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죠. 개인적인 예상으로는 이번 4강 경기에서도 에이스결정전이 치뤄질 확률이 굉장히 높아 보입니다. 역시 이 두 선수가 팀의 운명을 어깨에 지고 경기를 펼치게 되겠죠.
에결 트라우마를 극복해야 하는 유영혁과 에결불패의 역사를 지켜나가야 하는 이재인. 양 선수들의 활약을 끝까지 지켜봐주시기 바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정준 해설 위원
정리=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