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경의 시선] e스포츠가 보여준 4차 산업혁명의 미래

2020-09-11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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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2020 시즌 내내 경기장에 관중이 찾지 못했지만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시청자는 늘었다.
유례없이 긴 장마를 보낸 2020년 여름.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2.5 단계가 연장되었다. 방송사, 국회, 병원, 학교, 학원, 마트, 기업, 공공기관, 아파트, 음식점, 주점, 종교 단체 등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도 요구되고 있다. 국민들은 불필요한 외출, 모임, 외식, 행사, 여행 등은 모두 연기 또는 취소해야 하며 생필품 구매와 의료기관 방문 그리고 출퇴근을 제외하고 외출을 자제해야 한다. 손씻기, 기침 예절 등 개인 위생 수칙 준수는 당연하다. 장기화되는 코로나19로 인해 코로나 블루(우울증)를 겪는 사람들도 늘고 있지만, 나와 내 가족 그리고 지역사회와 국민을 위해 거리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는 말 자체엔 동의하기 어렵지만, 코로나19가 종식되길 간절히 바라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이 만큼 와 닿는 말이 없다.

코로나19로 인해 전세계가 거리두기를 실행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도 e스포츠를 위시한 '방구석 산업'은 시대적 어려움을 넘어 4차 산업 혁명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e스포츠는 인터넷 서버가 연결된 디지털 장비를 매개로 스포츠 유형의 비디오 게임으로 대전을 펼치는 분야로, 코로나19가 몰고온 대면 접촉의 위기와 공포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예컨대 지난 초여름 글로벌 e스포츠 토너먼트가 시작되자 온라인 평균 시청률이 114% 증가했다. 그 외 다른 종목과 대회 스트리밍 시청률은 코로나19 이전보다 평균 75%~100%가 증가했다(IT 조선 2020월 7월 8일 보도). 특히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 플랫폼으로 알려진 트위치의 경우 지난 5월의 총 시청시간은 17억 2,000만 시간으로, 2019년 12월과 비교할 때 98%가 늘었다.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게임과 e스포츠 동영상을 생산하는 유튜버와 스트리머도 코로나19전에 비해 급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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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LCK 스프링과 서머의 최다 동시접속자수 톱5 경기(자료=e스포츠 차트 발췌).

'아시아 e스포츠'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 e스포츠 팬은 약 5억 1,000 만명으로, 아시아 내 모바일 e스포츠 시장은 연간 16조 원의 수익을 내고 있다. 이것은 전 세계 e스포츠 수익의 절반에 해당되는 규모로, 대륙 단위로 볼 때 아시아는 세계 e스포츠 시장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내는 곳이 되었다(연합뉴스 2020년 8월 5일 보도). 중국과 인도라는 세계 최대 인구를 보유한 아시아 대륙은 글로벌 금융 산업과 첨단 기술 산업을 주도하는 서구 선진 국가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모바일 보급과 인터넷 이용률을 보여주고 있다. 손안의 작은 디지털 장비를 통해 인터넷으로 서로를 연결하고 소통하며, 생각과 문화를 공유하고, 함께 체험하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e스포츠를 함께 플레이(play)하고 관람(watch)하며 관련 동영상을 제작(create)해 소비(consume)하는 프로슈머(생산자와 소비자의 합성어)들의 일상이 유행되면서 e스포츠는 이들에게 놀이터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전문 직업의 가능성도 보여주고 있다.

K방역을 자랑하는 우리나라 또한 코로나19 발생 초기에는 대회를 연기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5월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2020 스프링 결승전이 열렸고 선수단과 스태프뿐인 경기장이었음에도 소셜 미디어와 포털 사이트를 통해 라이브 방송을 시청한 사람이 한국인 70만 명을 제외하고도 약 1,700만 명이나 됐다(조선일보 2020년 5월 2일 보도). 그리고 지금은 6월 개막한 LCK 서머 시즌이 끝났고 한국 대표 선발전까지 무사히 마쳤다. 게다가 9월 8일은 전국단위 대학 e스포츠 리그도 온라인으로 개막했다.

코로나19 시대, 스포츠·문화산업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재확산을 반복하면서 종식될 줄 모르는 코로나19로 외부 활동은 제약이 많지만 사람들은 인터넷을 통해 서로가 연결된 공간과 그 공간에 담겨진 문화를 서로 나누면서 이 시기를 버텨내고 있다. 그 연결 고리엔 게임, 드라마, 영화 그리고 스포츠가 담겨 있다. 이 콘텐츠들은 우리가 함께 열광하고 응원하며 함성을 지르던 그 공간의 기억과 감성을 여전히 가지고 있어 물리적 거리는 떨어져 있어도 우리를 정서적으로 다시 뭉치게 한다.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온라인 공간을 구현하게 된 4차 산업혁명이 이끌고 있는 이 문화적 공간(cultural sphere)은 4차 산업혁명이 소개해온 다양한 기술들과 접목되어 상상을 현실로 만들 수 있다. 세대를 불문하고 제6의 신체 감각기관이 되어버린 스마트 폰만 있으면, 경기장에 가지 않아도 게임 속 캐릭터와 기존 유명 리그에서 뛰던 선수들이 직접 움직이는 경기장을 체험할 수 있고, 언제 어디서나 유명 선수와 함께 플레이도 하고, 팬 미팅도 할 수 있다. 국내 이동통신 3사는 e스포츠 경기를 다시 돌려보는 '타임머신','슬로우 비디오' 그리고 '멀티뷰'로 생중계한 바 있고, SK텔레콤은 e스포츠 관람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 5세대(5G)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서비스 3종도 출시했다(조선비즈 2019년 7월 26일 보도). 대중들의 일상 속에 시나브로 스며드는 다양한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들은 e스포츠를 통해 미래 사회를 보여주는 것 같다.

이제 방향은 정해졌으니 속도만 내면 될 것 같다. 단, 그 방향성에 대해 마지막으로 한 가지 고려할 것이 있다. 바로 사람이다. 예컨대 고화질의 실감나는 e스포츠 라이브 방송을 즐길 줄 아는 밀레니얼 세대가 Z세대를 대표하는 프로 e스포츠 선수들에게 열광하고 에너지를 얻으며 격려하고 지지하는 것을 취미 활동이나 문화 소비 행위로만 해석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들이 왜 e스포츠에 열광하는지, e스포츠에서 무엇을 생산하는지, 이 세대가 만들어 가고 있는 e스포츠는 과연 '위대한 유산'이 될 수 있는지 우리는 편견 없이 꾸준히 관찰하고 기록해야 한다. 동시에 합리적 제도와 혁신적 사업에 대한 논의도 병행해야 한다. 최근 e스포츠의 무한한 성장 가능성에 눈을 뜨기 시작한 국가들이 e스포츠를 위해 교육제도까지 개혁하는 이유에 부디 귀를 기울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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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고는 데일리e스포츠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