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이영호가 평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

2017-11-16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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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L에서 3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골든 트로피를 손에 든 이영호(사진=아프리카TV 제공).
또 이영호였다. 스타크래프트:리마스터로 처음 진행된 아프리카TV 스타크래프트:리마스터 스타리그(이하 ASL) 시즌4에서 이영호는 저그 조일장을 3대1로 무너뜨리고 정상에 올랐다. 2016년부터 ASL에 참가하기 시작한 이영호는 첫 시즌이었던 시즌1에서 결승에 오르지 못한 이후 시즌2부터 시즌4까지 3회 연속 우승을 달성하는 괴력을 선보이고 있다. 아프리카TV는 이영호가 ASL 3연속 우승을 차지할 것에 대비해 황금 트로피라 불리는 특별한 부상을 선물했다.

이영호는 '골든'이라는 수식어와 매우 친숙하다. 2008년 박카스 스타리그에서 우승하면서 공식 개인리그 우승 행진을 시작한 이영호는 2010년 EVER 스타리그와 대한항공 스타리그 시즌2에서 우승하면서 스타리그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골든 마우스를 손에 넣었다.

2010년 하나대투증권 MSL과 빅파일 MSL에서 이제동을 연파하면서 정상에 오른 이영호는 2011년 ABC마트 MSL에서도 정상에 오르면서 금배지를 가슴에 달았다.

스타크래프트2로도 4년 가까이 선수 생활을 했던 이영호는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고 2015년 은퇴를 선언한 이후 2016년부터 ASL에 도전장을 던졌다. 시즌1에서는 8강에서 탈락한 이영호는 이후 세 세즌을 모두 석권하면서 골든 트로피도 들어 올렸다.

이영호가 스타1에서 부활해 다시 한 번 날갯짓을 펼치고 있는 상황은 개인의 노력과 기업들의 지원, 팬들의 관심 등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영호는 현역에서 은퇴한 이후 개인 방송을 진행하면서도 게임에만 집중했다. 다른 선수들은 게임 개인 방송으로 시작했다가 여러 콘텐츠로 전환하려는 노력을 기하면서 게임 자키가 아니라 진짜 개인 방송인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WEGL 슈퍼 파이트 예선에 출전한 선수들은 인터뷰를 통해 "개인 방송을 오래 진행하다 보니 게임에만 집중해서는 시청자들을 끌어 모을 수가 없어서 어것저것 콘텐츠를 기획하고 실험하느라 시간을 투자한다"라고 입을 모았다. 게임만으로 개인 방송을 하는 상황을 만들기 어렵다는 것.

이영호를 후방에서 지원하는 기업들도 있다. 아프리카TV는 이영호가 은퇴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접촉했고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었다. 아프리카TV는 이영호가 개인 방송을 진행하거나 대회에 출전할 때 필요한 내역들을 모두 챙겨주고 있다. 기획사가 연예인을 챙기는 수준으로 섭외 협상, 출연 여부 등 일정을 조율하고 필요하면 계약까지 함께 진행하고 있다. 스타1 선수들 중에 아프리카TV와 계약한 선수는 이영호가 유일하다.

이영호의 이전 소속 팀인 kt 또한 기가 인터넷 브랜드로 ASL을 지속적으로 후원하면서 스타1 선수들이 뛸 무대를 만들어주고 있으니 이 또한 간접적인 후원이라 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요인은 이영호를 응원하는 팬들의 힘이다. 이영호가 공식적으로 은퇴한 이후에도 개인 방송을 통해 팬들을 지속적으로 만났다. 이영호의 개인 방송을 시청하는 팬들은 "게임만으로 콘텐츠를 유지해줘 고맙다", "조용히 게임만 해도 이영호니까 본다"라면서 이영호의 콘텐츠를 지지해줬고 별풍선까지 선물했다. 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이영호는 올해 별풍선 순위에서 스타1 선수들 중에 최고 순위에 랭크됐다.

스타1 선수들의 처우는 불안하기 그지 없다. 기업 프로게임단이 사라진 지 이미 오래이고 그나마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발판이 됐던 개인 방송도 하락세라고 한다. WEGL 예선을 통과한 뒤 윤찬희는 "BJ로 살아온 지 꽤 됐는데 이렇게 불황인 적은 없는 것 같다"라면서 "그래도 계속 스타1 대회에 나올 수 있는 건 시청자들 덕분"이라고 했다.

윤찬희의 말 속에 이영호가 계속 우승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숨어 있는 건 아닐까. 선수는 게임을 연구하고 후원사는 최선의 플레이를 펼칠 환경을 제공하며 팬들은 선수를 믿고 응원하는 것. 이러한 삼위일체야말로 이영호에게 안정감을 주고 승부욕을 자극하는 요인이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