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의 위상이 날로 높아지고 있고 이제는 수익 모델로 당당히 자리잡고 있지만 아직도 게임 마케팅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게임을 론칭할 때 e스포츠 리그로 마케팅을 진행하는 많은 게임사들이 존재합니다. 요즘은 모바일 게임도 e스포츠 리그로 마케팅을 진행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들은 한결같이 e스포츠 리그 효과에 대해 묻곤 합니다. 그때마다 절대 빠지지 않는 답변이 있습니다. e스포츠 리그가 게임의 수명을 늘려준다는 답입니다. 짧은 e스포츠의 역사 속에서 장기적으로 리그를 진행하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기에 이 효과를 증명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하지만 이제는 게임의 수명을 늘려준다는 이야기를 굳이 하지 않습니다. 대신 이렇게 말합니다.
“카트라이더 보셨죠? 바로 그런 효과입니다.”
카트라이더는 출시된 지 14년이나 됐습니다. 고전 게임이라도 불러도 무방한 오래된 게임입니다. 수 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진 게임이었습니다. PC방 순위에서도 20위권 밖으로 밀려난 적이 있을 정도로 카트라이더는 그렇게 추억이 됐고 고전 게임으로 사그라지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2018년 초반 서서히 상승하던 카트라이더는 2018년 후반 들어 PC방 순위 톱3에 진입하는 등 되살아났습니다. 리그는 매 회마다 10만 명 이상의 시청자수를 기록했고 결국 결승전에서는 시청자수 47만이라는 대기록을 수립하며 국산 e스포츠 역사를 다시 썼습니다.
옛날 노래가 차트에서 치고 올라오는 것처럼 카트의 순위 상승을 보며 사람들은 역주행이라고 불렀습니다. 14년이나 된, 고전 게임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게임이 역주행한 적은 없었기 때문에 다들 원인 분석에 고심했습니다. 우리 게임도 저렇게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서였겠죠.
넥슨, 언론 그리고 팬들 모두 다양한 분석을 내놓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동의하는 하나의 이유는 바로 꾸준히 진행된 e스포츠 리그였습니다. 리그를 통해 이용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으며 선수들의 플레이가 이용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 게임의 역주행이 큰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었죠.
또한 이번 카트라이더 역주행에는 문호준의 역할이 컸습니다. 문호준은 리그를 통해 성장했고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 선수입니다. 문호준이 만약 선수가 아니었다면 지금의 명성을 얻지 못했을 것입니다. 문호준 덕에 카트라이더 리그가 역주행 한것은 맞지만 문호준 역시 리그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널리 알렸기에 e스포츠 리그가 없었다면 문호준 역시 존재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동안 e스포츠 관계자들도 e스포츠가 게임의 수명을 늘린다는 이야기를 해왔지만 이미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외산 게임들에 한정된 이야기였기에 e스포츠 리그의 효과라고 말하는데 주저하기도 했습니다. 카트라이더의 역주행 덕에 관계자들은 "e스포츠의 힘은 바로 이런 것"이라며 어깨에 힘을 주고 이야기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숱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리그를 이끈 넥슨이 없었다면 게임과 e스포츠의 행복한 동행은 나오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e스포츠의 힘을 보여준 넥슨과 선수들, 관계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카트라이더의 사례 덕분에 e스포츠 리그에 관심을 가지는 게임사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종목이 다양해지고 e스포츠에 투자하는 게임사들이 늘어가는 일은 고무적인 일입니다. 외산 게임이 아닌 국산 게임으로 이뤄낸 쾌거이기에 더욱 의미가 있습니다.
최근 e스포츠 리그가 정성적인 수치만을 내는 것이 아니라 정량적인 수치를 낼 수 있는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죠. 카트라이더 역시 e스포츠가 게임 수익에 직접적으로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증명했습니다.
앞으로 게임사와 e스포츠 리그가 상호작용을 일으키면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일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이왕이면 국산 게임들이 그 주인공이 되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카트라이더가 보여준 e스포츠 리그의 힘이 다양한 게임에 적용되는 그날을 바라 봅니다.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