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 검사 결과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만약 양성이었다면 끔찍한 일이 발생했을 것이다. e스포츠 특성상 리그가 좁은 실내 공간에서 치러지기 때문에 관계자 중 한 명만 확진 판정을 받아도 그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격리 조치에 들어간다. 선수가 팀 관계자가 관련될 경우 해당 팀의 출전이 어려워지는 것을 시작으로 리그 자체가 중지된다. 한 팀이 여러 종목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기에 자칫하면 e스포츠 업계 전체가 올스톱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게임단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 외부 활동을 하지 않고 있으며 선수단과 관련된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다. 외부 사람의 출입을 통제하며 방역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그러나 방송 관계자나 중계진, 언론 관계자들의 경우 그렇지 않다. 업무 특성상 외부와의 접촉이 잦고 대중 교통을 이용할 때도 많기에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아무리 게임단 자체적으로 노력한다 해도 이들과 함께 하는 경기장에 오는 순간 안전한 곳은 없다.
경기장에 들어오는 관계자들의 체온을 재고 손을 소독하며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하도록 강제하는 등 방역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무증상 상태에서도 전염력을 가진다고 알려진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특성상 완벽하게 차단하기는 어렵다.
카트라이더 리그를 운영하고 있는 넥슨은 얼마 전 리그 연기를 결정했다. 무관중으로 진행하던 넥슨은 정부가 감염병 위기 단계를 '심각'으로 상향시키자 리그를 중단하기로 했다. 과도할 정도로 강력한 선제 조치를 취한 것이다. 향후 리그 일정부터 선수단 일정, 후원사 문제 등 풀어야 할 것들이 산재해 있지만 넥슨은 과감하게 결단을 내렸다. 안전보다 더 위에 있는 가치는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리그 연기를 결정해야 하기 까지 고려해야 할 조건들이 너무나 많다. 그래서 더 결단을 내리기 힘들다. 그렇지만 지금처럼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빠르게 퍼져가고 있는 상황에서는 빠른 결정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 단지 선수들의 건강 보호와 유지 뿐만 아니라 e스포츠 업계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축구 리그인 K리그가 개막을 잠정 연기했다. 야구도 시범 경기를 진행할지부터 다시 고민하기로 했다. e스포츠도 이제 리그 연기를 고민해야 할 시점에 처했다. 관중 없이 경기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단순히 리그 일정을 소화하는 것 이외에는 의미를 두기 어렵다. 똑같이 경기를 하고 있는데도 신이 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선수들도 많았다. 무관중 경기는 선수에게도, 팬들도 안전 면에서 만족할 수 없는 선택이다.
게다가 코로나19가 확산일로이며 위기 단계 심각까지 올라간 상황에서는 리그 중단만이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 만일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라도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다.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