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WCG 현장은 달랐습니다. WCG라는 브랜드를 가져와 이번에 처음 행사를 개최한 빅픽처인터렉티브에선 이번 WCG를 '게이머의 축제'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열린 WCG 현장은 정말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총 3개로 나누어진 메인 무대에선 다양한 행사들이 열렸고, 그 밖의 공간은 유저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나 팬들과 선수, 인플루언서가 만나는 공간으로 채워졌습니다.
국가 뿐 아니라 세대 간의 화합이 빛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현장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돌아다니면서 게임을 즐기던 모습을 본 것이 인상 깊습니다. 8090 세대를 위한 레트로 게임기부터 '스타크래프트'에 이어 '오버워치2' 같은 최신 작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작품들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메인 무대에서 펼쳐지는 경기 역시 최신작인 '발로란트'나 '카트라이더:드리프트' 같은 종목부터 '스타크래프트'나 '워크래프트3' 같은 전통의 e스포츠 종목까지 다양했습니다. 덕분에 WCG에선 아들을 따라 나선 아버지나 아빠 손에 이끌려 온 딸 대신 모두 함께 즐기는 가족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양한 장르를 위한 무대가 마련됐다는 점도 인상 깊었습니다. 국내에선 생소할 수 있는 TCG(트레이딩 카드 게임)분야의 '쿠키런:브레이버스'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쿠키런:브레이버스'는 이번 WCG에서 가장 부스 참여도가 높았던 게임입니다. 행사 기간인 3일 내내 해당 장르의 유명 인플루언서가 참가자들과 함께 게임을 즐기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그 외에도 서브컬처 장르나 '원신' 처럼 e스포츠 무대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게임들이 대거 참가하며 외연을 넓힐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WCG에 대해 기대를 가지게 되는 것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e스포츠 행사라는 그들의 지향점이 시대의 흐름에 맞고, 또 충분히 유니크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과거와 달리 종목사 별로 리그를 개최하는 현재의 e스포츠 판에서, 다양한 장르의 e스포츠 팬들이 한 군데 모여 즐길 수 있는 행사는 많지 않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 종목의 팬은 LCK를, 발로란트 종목의 팬은 VCT를 찾을 순 있겠지만 그 팬들이 함께 찾을 수 있는 장소는 찾기 어렵다는 것이죠. 그런 의미서 WCG의 변화된 모습이 더 발전할 수 있다면, e스포츠 팬들에게 새로운 즐길거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내년에 다시 찾아올 WCG 행사를 기대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허탁 기자 (taylor@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