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세계 최강의 LoL 팀을 가리는 LoL 월드 챔피언십에서 디알엑스는 연이은 업셋을 보여주며 드라마 같은 우승을 차지했다. 그렇게 로고 위에 새겨진 하나의 별. 그러나 영광으로 빛나던 그 뜨거운 별을 가슴에 품고 시작했던 올해는 차갑기 그지없었다. 스프링 시즌은 9위에 머물렀고, 서머 시즌에는 플레이오프 막차를 탔으나 거기까지였다. 2022 세계 챔피언 디알엑스의 2023년은 그렇게 마무리됐다.
그랬던 디알엑스는 다수의 멤버를 2군에서 콜업하면서 2024년을 준비하고 있다. 다소 불안해 보일 수 있는 선택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스포츠에서는 콜업된 유망주들이 잠재력을 폭발시키며 팀의 전성기를 열었던 경우가 종종 있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 초창기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팀 유스 출신인 라이언 긱스, 데이비드 베컴, 니키 버트, 네빌 형제 등 이른바 '퍼기의 아이들'과 함께 날아올랐다.
그중 라이언 긱스와 게리 네빌은 맨유의 '원 클럽 맨'으로 남아 선수 생활 마지막까지 팀을 지켰다. 그리고 디알엑스의 콜업 멤버들 중 '플레타' 손민우가 바로 그런 드라마를 바라고 있다. 그런 그를 지난 5일 디알엑스 사옥서 만날 수 있었다. 디알엑스의 '프랜차이즈 스타'가 되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힌 손민우는 2021년 이후 다시 한번 얻은 1군 콜업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었다.
◆디알엑스서 이룬 첫 우승 'ASCI'
디알엑스 1군은 올해 힘든 시기를 보냈지만, 2군은 달랐다. LCK CL 스프링서 준우승, 서머서는 최종 3위의 호성적을 기록했다. 그리고 아시아 2군 팀들이 출전하는 대회인 아시아 스타 챌린저스 인비테이셔널(ASCI) 정상에 오르며 올 시즌을 기분 좋게 마무리했다. 손민우는 우승의 기쁨이 오래가지는 않았다고 이야기하면서도 그 안에서 많은 의미를 찾았음을 털어놨다.
손민우는 "디알엑스에 있으면서 우승을 해본 적이 없었다. 2021년 때는 플레이오프에 갔었고, 2군에서도 준우승이 최고 성적이었다"며 "이번 우승은 사실 '덕담' 서대길 선수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한다. 저도 이 팀에서 우승하고 싶었는데, 서대길 선수가 2군에 오면서 '꼭 우승 시켜주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을 지켜줘서 좋았다"는 말로 우승에 대한 소감과 함께 서대길에 대한 고마운 마음 역시 전했다.
무엇보다도 프로 커리어 첫 우승을 국제대회에서 이뤄냈다는 점 또한 큰 의미로 다가올 것 같았다. 손민우 역시 이에 동의했다. 그는 국제대회 우승의 자부심을 동력 삼아 LCK 무대를 향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CL에서 거의 2년 반 정도 있었는데, 그동안 우승을 못했다"며 "이번에는 21년도에 비해 실력이 올라와서 우승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에 다시 LCK로 돌아감에 있어서 그때보다 훨씬 마음이 편하다. 비록 2군 국제 대회지만, 해외에서 잘하는 선수들이 모인 대회에서 활약했다는 것에 대해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내년을 위한 좋은 발판이 될 거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다시 얻은 콜업 기회…"평범한 선수로 남기는 싫어"
이렇듯 값진 ASCI 우승에 이어 손민우는 앞서 언급했듯 내년 시즌을 1군에서 치르게 됐다. 2021년 한 번의 콜업 이후 다시 한번 얻은 기회. 손민우는 자신을 믿어준 1군 감독, 그리고 '라스칼' 김광희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그들의 믿음에 보답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이어서 그는 "솔직히 긴장은 되지 않는 것 같다. 왜냐하면 저도 어쨌든 1군 경험이 있고, 지금 2군에서 콜업된 선수가 많은 가운데, 제가 (김)광희 형 다음으로 경력이 많은 편이기 때문이다. 저도 잘 이끌어줘야 하므로 전혀 부담감을 가지지 않고, 2군에서 콜업된 선수들과 함께 잘해보자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인터뷰 당시에는 '테디' 박진성이 합류하기 전이었으므로 손민우는 2021년 한 번의 콜업과 코로나 이슈 등으로 인한 콜업으로 인해 선수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풍부한 1군 경험을 가진 상황이었다. 2021년 정식으로 콜업됐을 당시를 떠올려보면 손민우는 스프링 시즌에는 잠재력을 보여주는 듯 보였지만, 서머 시즌 떨어진 팀 성적과 함께 본인 역시 부진했고, 결국 다시 2군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에 대해 묻자, 손민우는 "솔직하게 말하면 21년도 콜업 때는 준비가 완벽하게 돼 있지 않았다. 이 팀에 17살에 들어왔는데 19살에 데뷔를 했으니까 2년 동안의 준비 기간이 있었다. 그런데 당시에는 지금처럼 LCK CL이라는 리그 자체가 없었고, 챌린저스 코리아가 있었다. 그런데 저는 디알엑스 소속이었으니까, 그런 대회도 나가보지 못하고 내부 스크림하면서 연습한 게 끝이었다. 그래서 사실 데뷔할 때 걱정도 많았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당시 자신들도 신인급이었지만, 팀 내 고참으로 자신을 챙겨줬던 '킹겐' 황성훈과 '표식' 홍창현을 언급하며, 내년 상대편으로 만나는 것에 대한 감회를 전하기도 했다. 이어서 "이제는 모든 준비가 끝났다고 생각한다. 데뷔하기 전부터 여러 감독, 코치님들이 저의 잠재력을 높게 봐주셨다. 그리고 지금 서포터 중에서 '케리아' 류민석 선수가 제일 잘한다고 생각하는데, 옛날에 류민석 선수와 이야기도 많이 했고, 도움받은 것도 많다"며 "그런 모든 것들이 21년 이후 3년 동안 지금까지 쌓여왔다고 생각하고, 그걸 기반으로 이번 ASCI도 우승했다고 생각한다. 저는 그저 그런 평범한 선수로 남기는 싫다. 그래서 꼭 증명하고 싶은 열망이 크다"고 열의를 불태웠다.
◆포지션 변경, 그리고 '덕담' 서대길
LCK 무대 재도전을 준비 중인 손민우는 디알엑스 챌린저스에서 정말 다양한 경험을 했다. 서포터에서 원거리 딜러로, 그리고 다시 서포터로 포지션 변경을 했고, 최근에는 2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퍼스트 원거리 딜러 출신이자, 월즈까지 경험했던 서대길과 합을 맞출 수 있는 기회까지 얻은 것이다. 손민우는 이런 경험이 자신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LCK에서의 부진 등으로 인해 서포터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다는 손민우는 지난해 원거리 딜러로 포지션을 변경했다. 그는 LCK CL 정규 리그 MVP를 수상하는 등 활약했음에도 원거리 딜러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았다며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은 아니었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 두 포지션을 오가는 과정에서 바텀 라인전에 대한 개념을 배웠다고 한다.
"21년 콜업 당시에는 원거리 딜러라는 포지션에 대해 잘 몰랐다. 그래서 라인전을 정말 못했다"고 입을 뗀 손민우는 "예를 들면 원거리 딜러간 상성이나, 어느 타이밍에 강하고, 어떤 스킬을 들고 있을 때 싸우면 무조건 이긴다는 것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런데 원거리 딜러를 했을 때 서포터에게 바라는 점 같은 것들이 눈에 보이더라. 이후 다시 포지션 변경을 하고 나니까 저도 그 각이 같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때보다 그런 지식이 많이 늘면서 라인전이 조금 많이 강해진 것 같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베테랑 원거리 딜러 서대길과 함께 경험 역시 큰 도움이 됐다고 털어놨다. 손민우는 "21년 당시 서대길 선수가 퍼스트 원거리 딜러를 받았다. 그래서 저도 그때 당시 정말 잘한다고 생각했고, 라인전에서 상대했을 때, '느낌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 선수가 제 옆에 있더라"며 웃으며 말했다. 이어서 "그래서 긴장되고 떨렸는데, 서대길 선수가 먼저 저한테 친근하게 다가오고 자신의 라인전 노하우 등을 알려줬다. 또, 라인전 종료 후에 어떻게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식의 이야기를 정말 많이 해줬다"고 회상했다.
◆'원 클럽 맨'의 '낭만'을 꿈꾸다
2019년 디알엑스 루키에 합류하면서 디알엑스에 입단한 손민우는 소위 '성골 유스'로 불린다. 햇수로 5년간 팀에 몸을 담고 있는 손민우는 프랜차이즈 스타를 꿈꿨다. 그는 "예전에 인터뷰에서 디알엑스를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가 되고 싶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LoL e스포츠 전체적으로 봤을 때 '페이커' 이상혁 선수나, 예전 젠지e스포츠의 '룰러' 박재혁 선수처럼 팀마다 프랜차이즈 스타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팬들 입장에서도 응원하는 팀에 애정을 담은 선수가 잘하면 볼 맛이 난다고 생각한다. 저는 그런 선수가 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또, 그런 선수가 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팬들에게 좋은 성적을 약속하기도 했다. 손민우는 "2021년에 제가 1군에 있으면서 디알엑스가 10위를 했다. 그 기록을 없애지는 못하겠지만, 이번에 더 높은 순위를 기록해서 그 기억을 없애 드리고 싶은 마음이 크다"며 "비록 예전에 10위를 했지만, 앞으로 더 좋은 성적을 내면 낭만으로 변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원 클럽 맨'을 꿈꾸는 손민우. 그의 눈은 2024년을 향한 기대감과 자신감으로 반짝였다. 그는 "저희가 스크림을 1, 2주 전쯤부터 시작했다. 시작하기 전에는 처음 콜업된 선수들이 많아서 긴장했지만, 막상 해보니까 승리도 많이 했다. 개인적으로 콜업된 선수들의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리고 그런 부분을 증명하듯이 스크림에서 많이 보여주고 있다"며 "저를 포함해서 다들 플레이오프는 갈만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서 더 나아가서 정말 잘한다면 롤드컵 4시드도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팀과 팀원에 대한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손민우는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저희 팀 멤버가 다른 팀에 비해 현실적으로 밀리는 것은 맞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팬들이 걱정하시는 것에 비해 최근에 스크림도 안정적이다. 저희 팀 잠재력이 정말 높으니까 너무 걱정만 하지 않으시면 좋겠다. 결과로 보여드리고 싶다. 내년에도 디알엑스를 응원하기 위해 남아주는 팬들에게 너무 감사하다. 모든 선수들 역시 같은 마음이라는 것을 팬들에게 전하고 싶다"
강윤식 기자 (skywalker@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