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코리아와 온게임넷이 침체된 카트리그에 활기를 불어 넣기 위해 야심차게 시도했던 카트리그 최초의 팀전 방식인 팀스피릿이 지난 11일 결승전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새로운 경기 방식 도입으로 팀원들의 팀워크가 중요해진 만큼 관객들의 보는 재미를 극대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긴 했지만 리그 도중 불거진 정상적인 경기방해 의혹과 리그 시작부터 지적됐던 출전 팀간의 실력차 등 구조적인 문제점도 함께 노출했다.
팀스피릿의 구조적인 문제는 리그 시작전부터 발생했다. 카트리그 저변이 확대되지 않아 현재 카트리그 게임단은 AN게이밍 하나밖에 없는 상황. 개별적으로 리그에 출전하는 선수들을 팀으로 묶기 위해 팀스피릿은 필연적으로 예선 순위에 따라 선수들을 지명하는 팀 지명 방식을 선택했다.
팀 지명 방식은 지난 13차 리그에서 시드를 확보한 8명의 선수들이 예선을 거친 선수들을 지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넥슨코리아와 온게임넷은 예선을 통과한 24명의 선수들을 1위부터 8위, 9위부터 16위, 17위부터 24위까지 그룹으로 나누고 시드자 8명이 그룹에서 한명씩 선수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팀지명식을 치렀다.
팀지명 방식을 알고 있던 선수들이 선호하는 선수들과 팀을 이루기 위해 예선전에서 의도적으로 낮은 순위를 차지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덕분에 유영혁-강석인-박인재 등이 판타스틱4로 뭉쳤고 전대웅-강진우-조성제 등이 퍼스트로 뭉치는 사태가 발생했다.
팀지명에서부터 실력차가 벌어지면서 리그 시작전부터 결승전은 어차피 판타스틱4와 퍼스트가 치르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예상대로 결승은 두팀이 치렀다. 팀간의 실력차이가 크다보니 승부가 뻔한 경기가 속출했다.
게다가 카트리그 유일한 게임단인 AN게이밍 덕분에 더 큰 문제가 발생했다. 리그 본선에 진출한 AN게이밍 선수들이 5명이었던 것. 한팀이 4명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AN게이밍 선수 가운데 한명은 필연적으로 다른 팀에 속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AN게이밍 선수들 4명은 판타스틱4로 뭉쳤지만 AN게이밍 김은일은 판타스틱4가 아닌 김택환-이요한 등과 함께 택환부스터라는 팀을 이뤘다. 8강 풀리그에서는 판타스틱4와 택환부스터가 다른 조였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었지만 사단은 4강 토너먼트에서 벌어졌다.
◇부정행위로 다음시즌 출전 정지라는 징계를 받은 김은일(사진 우측에서 두번째)
4강 토너먼트에서 판타스틱4와 택환부스터가 맞대결을 펼쳤고 결국 김은일은 판타스틱4의 승리를 위해 부정행위를 저지르고 말았다. 승부조작 의혹이 있었지만 주최측은 리플레이 판독 결과 김은일 개인의 문제로 판단, 김은일에게 다음시즌 출전 금지라는 징계를 내렸다.
징계를 결정하는 방식도 문제였다. 카트리그는 한국e스포츠가 공인한 공인대회지만 협회에서 파견된 심판이 아닌 온게임넷 자체적으로 심판진을 운영하고 있다. 카트리그 주최측에서 협회에 공인심판 파견을 요청하면 심판이 파견되지만 주최측은 한국e스포츠협회에 카트리그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심판진이 없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심판진을 꾸렸다.
그러다보니 규정상 공인대회에서 부정행위가 드러나면 협회 상벌위원회를 통해 진상규명이나 징계 여부를 판단해야 하지만 이번 김은일 사건은 온게임넷과 넥슨코리아에서 자체적으로 부정행위 여부를 판단 징계 수위를 결정했다. 협회는 이번 팀스피릿에서 부정행위가 있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카트라이더 리그는 벌써 13차, 이번 팀스피릿까지 포함하면 14번이나 리그가 진행된 국산 e스포츠 종목의 대표주자다. 국산 e스포츠 대표 종목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번 팀스피릿에서 노출한 여러 문제점 등을 한시라도 빨리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데일리게임 허준 기자 jjoony@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