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종목 도전하는 '에스카' 김인재 "배틀그라운드서 5번째 우승 기록 세우겠다"

2017-11-24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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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가 컸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어요."

오버워치 프로게이머 '에스카' 김인재가 배틀그라운드로 종목 전향을 선언했다. KSV e스포츠가 운영하는 오버워치 리그 프랜차이즈 팀 서울 다이너스티는 지난 2일 팀의 공식 SNS를 통해 김인재가 더 이상 오버워치팀 소속 선수가 아니라는 소식을 전했다.

이후 KSV는 김인재가 이태준과 함께 배틀그라운드로 종목을 전향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이태준은 오버워치 리그 입성이 불발됐지만 김인재는 지난 8월 오버워치 리그 서울팀 공개 행사에도 함께 했기에 다소 의외의 소식이었다.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무대에 서는 것, 남부럽지 않은 연봉을 포기하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은 일이나 다른 누구가 아닌 김인재의 선택이기에 어느 정도 이해는 갔다. 김인재는 오버워치 씬에서 일종의 밈(meme)으로 통했다. 그가 잘하든 못하든 경기력에 상관없이 도마 위에 오르는 것이 일상이었다.

두 번의 에이펙스 우승을 일궈냈음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에게 있어 김인재란 존재는 그저 팀원들에 묻어간 플레이어에 불과했다. 쉽게 넘볼 수 없는 커리어를 쌓고도 매번 비난을 받으니 결코 버티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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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와중에 김인재는 배틀그라운드라는 새로운 게임을 만나게 됐고, 더 이상 오버워치 프로게이머의 길을 걷지 않기로 했다. 김인재는 오버워치를 그만 두게 된 계기가 "스트레스 때문"이었다고 말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저와는 잘 안 맞는 게임이라고 생각했죠. 다른 종목에서 한 번 더 도전을 해보고 싶었어요. 오버워치 리그에서 1년 뛰다가 전향할까 고민을 했는데 그 때 쯤엔 제가 29살이에요. 그 때는 프로게이머 생활을 오래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이 아니면 새로운 도전을 못할 것 같았고, 그래서 종목 전향을 결심하게 됐죠."

"게임이야 늘 하던 일이라 괜찮았는데 제 경기력이 만족스럽지 못할 때 질타를 많이 받았고 저 스스로도 스트레스가 심했어요.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어요. 스트레스보다 새로운 도전에 대한 열망이 컸어요. 그리고 태준이와 같이 하고 싶었고, 믿음도 있었어요. 배틀그라운드는 오버워치에 비해 스트리밍도 많이 할 수 있는 게임이기 때문에 팬들과 소통을 좋아해서 그런 점도 생각했어요. 그리고 미국까지 가서 스트레스 받으며 생활하고 싶지도 않았고요. 미국에 가면 1년 동안 스스로 불행할 것 같았어요. 그보단 한국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면서 팬들과 소통하며 재밌게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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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에게도 쉽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그만큼 동료를 떠나보내는 서울 다이너스티 팀원들의 아쉬움도 컸다. 특히 스페셜포스2 때부터 한솥밥을 먹었던 류제홍은 큰 아쉬움을 드러냈다. 류제홍은 최근 서울 다이너스티가 공개한 영상 인터뷰에서 김인재를 언급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류제홍의 눈물을 김인재는 어떻게 바라봤을까.

"제홍이가 아쉬워한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눈물일 보일 정도로 생각하는지는 몰랐어요. 류제홍은 크게 성공했는데, 그런 친구에게 제가 그 정도의 사람이라는 게, 제게는 큰 값어치 있는 일이고 고맙네요."

동료의 눈물마저 뒤로 하고 새롭게 하는 도전. 그러나 김인재에게 새로운 종목으로의 도전이란 낯설지가 않다. 스페셜포스부터 시작해 이미 네 번의 도전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김인재에게 다섯 번째 종목에 도전하는 소감을 물어봤다.

"5번째 종목이네요. 서바이벌 게임은 처음 접해보는데, 기대 반 걱정 반입니다. 배틀그라운드는 변수가 많은 게임이라 현실적으로 최강이라 꼽을만한 팀이 없어요. 대회를 치르다보면 노하우가 조금씩 생길 것이고, 상위권을 꾸준히 유지하는 게 실력이라 생각해요. 노력 많이 해야죠. 꾸준히 상위권에만 들어도 사람들이 인정해줄 것 같아요. 배틀그라운드는 그런 게임이니까요."

FPS 종목의 베테랑 프로게이머이기에 자신감은 넘쳐보였지만, 벌써부터 눈에 훤히 보였다. 그가 조금만 부진해도 어디서든 그를 따라다닐 악플들이…. 김인재도 각오는 하고 있는 눈치였다. 김인재는 "그래서 더 잘해야겠다"며 "극복해보고 싶다. 누가 봐도 잘했다 싶으면 아무도 뭐라 하지 못할 테니까 경기력으로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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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재가 속한 KSV e스포츠에는 이태준뿐만 아니라 '알로하' 조경훈과 '심슨' 심영훈이 팀원으로 합류했다. 조경훈은 스페셜포스2 프로리그에서 CJ 엔투스의 핵심 선수로 활약했고, 심영훈은 MBC게임 히어로와 SK텔레콤 T1에서 활약한 경험이 있다. 스페셜포스2의 최고 선수들이 배틀그라운드에서 정상에 서기 위해 의기투합한 것이다.

KSV는 최근 배틀그라운드 순위표가 담긴 한 장의 사진을 공개했는데, 한 팀의 선수들이 한국-일본 서버 스쿼드 부문에서 1위부터 4위까지 싹쓸이 한 장면이었다. 이 주인공들이 바로 김인재를 비롯한 KSV 배틀그라운드 팀원들이었다. 팬들의 기대치도 덩달아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배틀그라운드 로스터가 발표된 직후였는데, 아마 '쟤네 엄청 못 할 거야'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았을 거예요. 그 사진을 통해 그나마 '이 정도는 하니까 프로 도전할 정도는 되지 않겠냐' 하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김인재에게 배틀그라운드에서의 목표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곧바로 "우승"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배틀그라운드에서도 우승 커리어를 쌓아 5개 종목에서 우승한 선수가 되고 싶어요. 또 좋은 이미지의 선수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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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김인재가 배틀그라운드에서도 우승을 차지한다면 그의 말대로 5개 종목을 석권하게 된다. 김인재는 스페셜포스, 스페셜포스2, 블랙스쿼드, 오버워치에서 모두 정상에 올랐다. 4개 종목에서 우승한 선수는 세계에서도 열손가락 안에 꼽힐만한데, 5개 종목이라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대기록이 될 것이 분명하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김인재가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힘을 얻은 데는 팬들이 주는 힘이 컸다. 스페셜포스 때부터 그를 응원하는 팬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그 규모가 커졌다. 김인재가 받는 힘도 커질 수밖에 없었다.

"스페셜포스 때는 솔직히 '그들만의 리그' 같은 느낌이었죠. 보는 사람도 적었잖아요. 제가 슈퍼플레이를 해도 알아봐주는 사람이 많지 않았어요. 못해도 뭐라 하는 사람도 없었고요. 지금은 관심을 많이 받아 좋기도 하고, 너무 지나친 관심 때문에 싫을 때도 있지만 그래도 프로게이머라는 게 사람들한테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만족스럽고 행복해요."

김인재는 최근 인천에서 열린 서울 다이너스티 팬미팅에 참석했다. 더 이상 오버워치 팀의 일원은 아니지만 그간 자신을 응원해준 팬들에게 보답하기 위해서였다. 김인재는 당시를 회상하며 "내가 있던 자리였는데 막상 떠나게 되니 아쉽기도 하고 선수들이 부러워보였다"고 말했다.

무대에 오른 자신을 위해 환호성을 질러준 팬들도 잊지 않았다. 김인재는 자신을 응원해준 팬들에게 인사를 전하면서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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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늦게 도착했는데 무대에 올라가니 팬들 환호성이 장난 아니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그동안 오버워치 프로게이머 생활을 한 것이 값진 경험이라고 느꼈어요. ‘오버워치의 에스카'가 좋아서 팬 되신 분들이 많을 텐데 갑작스럽게 종목을 전향해서 그분들한테 죄송해요. 제가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해서 팬들까지 욕먹을 때가 많았는데, 아마 저 때문에 힘드신 팬들도 많았을 거예요. 그걸 극복하지 못하고 떠나게 돼서 미안해요. 배틀그라운드로 종목을 전향했지만 좋은 모습 보여드려서 저 스스로에게도 자랑스러운 선수가 될 테니까 앞으로도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언제나 고맙습니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