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여제' 박인비 영어, '아카데미 4관왕' 봉준호 감독 영어가 다른 점

2020-02-17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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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여제 박인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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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4관왕 봉준호 감독


'골프 여제‘ 박인비의 영어는 물흐르듯 거침이 없었다. ’봉테일‘ 봉준호 감독의 영어는 간결하고 정확했다.

미 LPGA 호주오픈에서 우승, 통산 20승의 금자탑을 세운 박인비와 아카데미상 4관왕의 위업을 달성한 봉준호 감독은 호주와 미국 현지 등에서 가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영어로 자신들의 느낌과 소감을 밝혔다. 인터뷰를 통해 두 사람의 영어실력이 대비됐다.

경기 중에는 표정 변화가 거의 없어 ‘침묵의 암살자’라는 불리기도 하지만 박인비는 막상 인터뷰를 할 때면 영어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그는 호주오픈 최종일 경기를 마치고 AP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오늘 힘든 하루였다. 지난 3일과는 정말 달랐다. 호주에서 경기한 지 8년이 지났기 때문에 이곳에 돌아와서 호주 팬들 앞에서 경기를 하고 트로피를 들고 있는 것이 훨씬 더 특별하다(It was a tough day out there today, really different to the last three days I played, It has been a while since I played in Australia, it's been eight years since I played here so I'm really happy to be back here playing in front of Australian fans and to hold the trophy is even more special)"며 호주오픈 우승에 의미를 두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보통 자신의 얘기만 하는 대부분의 우승자들과 다르게 그는 호주오픈과 호주팬들의 관심과 노고를 의식하고 일상적으로 쓰는 쉬운 영어로 소감을 대신했다. 하지만 그의 영어는 아주 세련된 생활영어라는 평가를 듣는다. 마국 언론에서는 LPGA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한국 선수 중 영어 인터뷰로 가장 편한 선수 중 하나로 그를 꼽는다. 박인비가 미국 본토 사람들과 가까운 영어실력을 갖게 된 것은 중학교 시절부터 미국에서 공부를 했으며 미국 대학교에서 장학생 요청을 받을 정도로 정통 코스로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의 영어를 보면 일단 한국어 말문을 터지면 쏟아지는 그의 말솜씨가 그대로 연결되는 모양새다. “보통 모국어를 잘하면 외국어도 잘할 수 있다”는 말이 그에게 잘 맞는 셈이다. .

디테일에 강해 ‘봉테일’이란 별명을 지닌 봉준호 감독은 박인비와 같이 유려한 영어실력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자신의 생각을 간결한 영어로 전달하는 모습을 아카데미상 수상 곳곳에서 보여주었다. 매끄러운 통역은 샤론 최에게 맡겼지만 봉 감독은 필요할 땐 핵심을 찌르는 말을 영어로 대신했다. 국제영화상을 수상한 자리에서 그는 영어로 “나는 내일 아침까지 술을 마시겠다(I will drink until next morning)라며 한 문장으로 수상의 기쁨을 표현했다. 봉 감독은 감독상 장면에서도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The most personal is the most creative)“고 일찍이 설파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말을 인용하며 객석에 앉아있던 그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을 향해서는 한국어로 ”형님“이라고 표현하며 영어로 ”아이러브유(I love you)"라고 말해 박수를 이끌어냈다. 봉 감독의 영어는 유창하지는 않지만 자신의 생각을 군더더기없이 정확하게 표현한다. 봉 감독의 영어를 듣고 있으면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끈 히딩크 감독의 영어 스타일이 생각난다. 히딩크 감독은 기자회견 등에서 자신의 목표나 생각을 간결한 영어로 밝혔다. 히딩크 감독은 월드컵 직전 “세계를 놀라게 하겠다(The world will be surprised by us)"라고 출사표를 던졌고 이탈리아와의 16강전서 연장접전 끝에 승리를 차지한 뒤 “아직 배고프다(I am still hungry)"라고 밝혀 결국 4강 신화를 달성했다.

언어는 머리에서 나온다고 한다. 자신이 갖고 있는 생각을 언어로 표현하기 때문에 생각이 깊어야 말도 술술 잘 나올 수 있다는 말이다. 박인비와 봉준호 감독은 각기 특화된 영어로 자신의 의사를 잘 표현하는 ‘언어의 마술사’라고 해도 무방하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