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이번 MSI에는 예년과 다른 점이 하나 있다. 바로 승부조작 연루 의혹을 받는 팀이 참가한다는 점이다. 주인공은 베트남 챔피언십 시리즈(VCS) 우승팀 자격으로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GAM e스포츠다.
하지만, VCS는 플레이오프 참가팀을 6팀에서 4팀으로 줄인 후 리그를 재개했다. 플레이오프에 나서는 팀들은 승부조작 혐의로 조사를 받는 선수들을 대신한 이들로 로스터를 꾸려 남은 일정을 소화했고, 그 결과 GAM이 우승에 성공했다. 그리고 MSI 시드권까지 GAM에게 주어졌다.
스포츠의 공정성을 해치는 가장 심각한 사안인 승부조작 연루 의혹을 받는 팀에게 정규 시즌 우승 타이틀을 주는 것도 황당한 일인데, 그것도 모자라 국제대회 시드권까지 주어졌다. 대규모 승부조작 정황이 발견된 리그에서 관련자 처벌보다 리그 재개를 우선시하고, 승부조작 혐의가 여전히 남아있는 팀이 상위 레벨의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아직 VCS 차원의 조사가 끝나지 않았다. 라이엇게임즈 코리아 측은 "(VCS 승부조작 관련) 조사가 아직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다른 VCS 팀과 달리 GAM e스포츠는 승부조작과 무관하다는 결론이 날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 가능성도 있다. GAM e스포츠가 MSI에 출전한 뒤 VCS에서의 승부조작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MSI는 승부조작 팀이 아무 징계 없이 출전한 최초의 국제대회로 기록될 수 있다.
라이엇 측은 "이번 사건과 관련되지 않은 선수들은 VCS 스프링 스플릿 챔피언십과 MSI 진출권을 위한 경쟁을 재개할 수 있도록 허용됐다. 스포츠의 공정성은 매우 중요하며, 연루되지 않은 선수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GAMe스포츠의 MSI 출전 명분에 대해 밝혔다.
허나 이는 승부조작과 아예 무관한 다른 리그 선수들에게 공정하지 않은 처사다. GAM 대신 승부조작 연루 의혹 없이 공정하게 경쟁해 좋은 성적을 낸 다른 리그의 팀에게 해당 시드권이 돌아가야 '정당하다'는 단어를 쓸 수 있을 것이다. GAM e스포츠가 결백할 일말의 가능성을 감안했다면 최소한 MSI 시작 전에 관련 조사를 모두 마무리했어야 한다. GAM의 MSI 출전과 관련한 라이엇의 일련의 대처는 아쉬움의 연속이다.
타 스포츠와 비교하면 라이엇이 승부조작에 얼마나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 2006년 이탈리아 축구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심판 매수 스캔들인 '칼초폴리' 당시, 이탈리아 축구 연맹(FIGC)은 사건에 해당된 자국 명문 구단 유벤투스에 2부 리그 강등이라는 강력한 징계를 내린 바 있다.
해당 사건은 루치아노 모지 단장이 주도했으며 선수들은 이와 무관했으나 팀을 떠나거나 2부 리그로 강등되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었다. GAM처럼 승부조작과 연루되지 않은 선수들에게 리그 우승컵과 국제대회 출전권 획득을 위한 경쟁을 이어갈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물론, 아무도 요구도하지 않았고 말이다.
존 니덤 라이엇 e스포츠 사장은 지난 2023년 "라이엇 게임즈 일원 모두가 팀, 선수, 팬들을 위한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 e스포츠에 전념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VCS 승부조작 사태에 대처하는 라이엇의 태도는 '지속 가능한 미래 만들기'와는 동떨어져 보인다. 오히려 스스로 어두운 미래를 자처하는 꼴에 가깝다 할 수 있다.
강윤식 기자 (skywalker@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