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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기고] 학교 e스포츠, 허가의 영역이 아니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의 문제다

2026-07-08 16:04

[창간 기고] 학교 e스포츠, 허가의 영역이 아니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의 문제다
[글=이도경 청년재단 사무총장] 청소년 88.6%가 게임을 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5 아동청소년 게임행동 실태조사 결과다. 게임을 하지 않는 학생조차 42.2%는 주 1회 이상 게임 방송을 본다. 이 정도면 학교가 게임과 e스포츠를 배척하고 외면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관점을 바꿔야 한다. ‘학교 e스포츠를 허용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e스포츠를 잘 활용할 것인가’다.

학교 e스포츠는 최근 몇 년 사이 행사형 이벤트에서 벗어나 제도권내 안착을 목표로 시동을 걸고 있다. 광주시의회는 2025년에 ‘광주광역시교육청 학교 이스포츠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올해엔 e스포츠가 제55회 전국소년체육대회 정식 종목으로 처음 채택됐다. 의미가 크다. 대한체육회가 주최하고 문체부·교육부·국민체육진흥공단이 후원하는 공식대회다. 따라서 항간에서의 ‘학교와 e스포츠는 양립할 수 없다’라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진짜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현장 교사들의 의견들을 여러 차례에 걸쳐 들어봤다. ▲학교안에서 e스포츠를 운영할 자리가 없고 ▲교장의 철학에 따라 운영 여부가 갈리고 ▲출장 근거도, 실적 반영 기반도 약하다는 것이다. 지금은 공교육 제도 안의 상설 프로그램이 아니라, 열성 교사 몇 명이 간신히 유지하는 프로젝트에 가까운 것이 현실이다.

한편, '찾아가는 교내 e스포츠 대회'는 기반이 부족한 학교를 직접 방문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는데, 2025년 한 해 23개 학교에서 6,000여 명이 참가했다. 노후 장비 문제를 겪는 학교에는 여러 대의 모니터와 PC가 기증됐다. 희소식이긴 하나, 이를 뒤집어 보면 공간·장비·운영인력이 그만큼 심각하게 부족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게임 과몰입 등 ‘전통적인(?)’ 우려도 있다. 하지만 이 또한 관점을 달리 봐야 한다. e스포츠 실태조사에 따르면 초등 시기에는 보호자가 분명한 규칙을 제시할 때, 중·고교 시기에는 직접 규제보다 인지적 관심과 정서적 이해가 게임 플레이 시간을 조절하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 비용 리터러시 교육의 필요성도 함께 제기됐다. 즉 금지가 정답이 아니라, 공교육이 건강한 이용 규칙을 함께 가르칠 때 오히려 더 안전해진다는 뜻이다.
해외를 살펴보자. 미국 NASEF(북미 학교 e스포츠 연맹)가 좋은 예시다. e스포츠 관련 학교 클럽 활성화에 노력하고 있다. 더불어 학교 e스포츠를 단순한 게임 플레이 활동으로 보지 않는다. 학생들이 전략분석, 해설, 방송, 콘텐츠 제작, 행사 운영 등 e스포츠 생태계의 다양한 역할의 경험을 제공한다. ‘게임을 잘하는 학생’을 뽑는 것이 아니라, e스포츠를 매개로 학생의 진로와 역량을 넓히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영국의 사례도 있다. 영국e스포츠협회는 학교 e스포츠에 있어서 초보자를 위한 'Open'과 상위 팀을 위한 'Nationals’를 분리해 운영 중이다. 이것을 국내에 똑같이 도입하자는 것은 아니다. 우리도 영국처럼 다양성을 두자는 것이다. 축제형, 취미형, 입문형, 선발형 등 여러 형태가 될 수 있다.

국내 학교 e스포츠가 활성화되지 않는 여러 이유 중 하나로 ‘그럼 누가 책임지느냐’를 꼽을 수 있다. 불명확성이 문제다. 학교 e스포츠는 교육, 문화, 체육 여러 분야에 걸쳐 있다보니 어느 파트에서 총대를 메고 갈지 애매하다.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공동 거버넌스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올해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문체부·교육부가 공동으로 후원한 사례가 이미 있다. 이것을 확장하면 된다. 교육부가 학교 e스포츠 창구를 만들고, 문체부와 한국e스포츠협회가 종목 운영·지도자 자격·게임사 협약 같은 기술적 파트를 맡으면 된다. 지금처럼 민간 행사와 공교육 행정이 분리돼 있으면 교사 출장, 시상 효력, 학생기록 반영이 늘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국회에서도 법적 기반을 만들어 지원해줘야 한다. 법률상 학교 e스포츠에 관한 지원 근거가 생기면 학교 e스포츠가 자리잡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종합해보자. 여러 이유에서 학교 e스포츠는 진흥돼야 한다. 단, 프로게이머 양성소가 아니라 디지털 세대 학생을 학교 안으로 다시 연결하는 교육형 모델로 가야 한다. 그렇게 됐을 때 학교 e스포츠는 단순한 게임 대회를 넘어,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공교육 장치가 될 수 있다. 평가의 기준도 '누가 이겼는가'가 아니라 '학교가 무엇을 바꾸었는가'여야 한다. 학생들은 이미 그 문화 안에 들어와 있다. 우리가 외면하는 사이에도 아이들은 게임을 하고, 방송을 보고, 그 안에서 울고 웃는다. 그렇다면 학교가 선택할 길은 하나다. 문밖에 세워둘 것인가, 안으로 들여 손을 잡을 것인가.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늦기 전에 제대로 된 판을 깔아줘야 한다.

글=청년재단 사무총장 이도경
정리=김용우 기자 (kenzi@dailyesports.com)

kenzi@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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