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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뉴스 521] 프로게이머와 축구

기자

2010-06-25 15:29

안녕하십니까.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입니다.

6월 한국은 월드컵의 열기로 가득합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고 있는 월드컵에서 한국은 B조 조별 예선을 통과하고 16강에 올랐습니다. 아르헨티나에게 1대4로 패하기도 했지만 그리스를 꺾었고 나이지리아와 2대2로 비기면서 조 2위로 16강에 진출했죠.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쓴 뒤 처음으로 원정 대회 16강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낳았습니다.
오는 26일 밤 11시에는 우루과이와의 16강전이 열립니다. 8강에 오를 수 있을지 국민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데요. e스포츠계, 특히 스타크래프트 선수들도 경기 결과에 지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습니다.


◇프로게이머는 축구를 좋아해야만 한다. 근력 운동을 제외한 구기 종목 가운데 유일하게 허가된 종목이 축구다. 손을 다치면 안되기 때문이다.

월드컵 시즌에 맞춰 '옛날뉴스 521' 코너에서는 프로게이머와 축구의 관계를 돌아보려 합니다. 지난 기사에서 월드컵 연계 행사 때 사진과 이야기를 엮어봤는데요. 이번에는 실제로 축구했던 장면들을 모아봤습니다.

프로게이머는 축구를 좋아합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다른 스포츠 종목보다 축구를 선호합니다. 야구는 어렵고, 농구는 금지 종목입니다. 배구도 마찬가지입니다. 손을 쓰는 종목을 하고 싶으면 프로게이머를 그만 둔 뒤에 해야 합니다. 마우스와 키보드를 움직이는 신체 부위인 손을 다치게 되면 프로게이머 생활에 타격을 입을 수 있기에 코칭 스태프는 다른 운동을 하려면 꼭 축구를 하라고 권합니다. 아니 강제합니다.

이런 연고로 프로게이머는 축구만 합니다. 신체 움직임이 거의 없는 선수들에게 축구는 몸을 풀 수 있는 종목입니다. 또 공 하나만 있으면 누구든 참가할 수 있기에 진입 장벽도 거의 없습니다. 단체 경기이기 때문에 협동심과 팀워크도 키울 수 있죠. 그래서 더욱 좋아하고 열광합니다.

[옛날뉴스 521] 프로게이머와 축구
◇중학교 시절 청소년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활동했던 MBC게임 한승엽 해설 위원. 공을 차는 자세가 예사롭지 않다.

축구 선수로 활동했던 프로게이머도 있습니다. 현 MBC게임 해설 위원인 한승엽은 중학교 때 청소년 대표 상비군으로 뽑혔던 유망주였습니다. 건강상의 이유로 축구 선수를 그만두고 프로게이머가 됐지만 실력은 여전합니다. MBC계열사간 축구 대회에 선수로 참가해 그라운드를 누빈 이야기는 MBC게임 직원들 사이에서 여전히 회자되고 있습니다.


◇최고참 프로게이머 임요환도 축구 마니아다. 나이가 들어 어린 선수들과 겨뤄야하는 임요환은 신체 보호를 위해 온갖 장비로 무장한다.

'테란의 황제'로 알려진 임요환도 축구를 무척 좋아합니다. 공군에 가기 전 저글링 FC라는 프로게이머 조기 축구 조직을 만들 때에도 일조했고 매번 나와 다른 팀 선수들과 화합을 도모하는 자리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억대 연봉을 받고 있던 시절인지라 경기를 마치고 나면 단체 회식을 주최하고 쏘기도 했죠. 축구하러 나올 때마다 아디다스에서 제공받은 유니폼과 축구화, 프로텍터까지 착용하고 그라운드를 지휘하던 모습이 기억나네요.


◇프로게이머들 가운데 테크니션으로 꼽혔던 이병민. 그의 별명은 '뱅단' 또는 '뱅나우두'였다.

프로게이머들 가운데 가장 기량이 좋았던 선수는 이병민이었습니다. 축구에 대한 상식은 물론 실전에서도 현란한 드리블과 날카로운 패스, 공간 확보 능력은 역대 최강이었습니다. 이병민이 KT에서 이스트로로 이적하고 나서 이스트로가 한 때 프로게임단 가운데 가장 축구를 잘하는 팀으로 거듭난 이야기는 선수들 사이에서도 전설로 남아 있죠. 팀 관계자들은 "이스트로가 축구로 프로리그에 참가했다면 광안리 결승전을 세 번쯤 제패했을 것"이라는 우스개 소리를 하기도 했죠.




◇STX 소울 선수들이 자체 축구 시합을 가졌다. 죽어라 뛰고 있는 박성준과 여유롭게 골키퍼를 보고 있는 김구현, 그리고 독수리 슛을 날리는 박종수 플레잉 코치.

프로게이머들은 요즘도 시간만 나면 공을 찹니다. 24일 빅파일 MSL 조지명식이 열리던 날에도 삼성전자 칸과 STX 소울의 일전이 성사됐죠. 조지명식에 참가한 선수들은 오전에 열렸던 축구 시합을 화두로 삼아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삼성전자 허영무는 대기실에서 온종일 3대10으로 패한 그 경기에 대해 수다를 떨었죠. 세 골 중에 한 골이 자기가 넣은 것이라는 자랑은 잊지도 않네요.

축구는 국민 스포츠이기도 하고 전세계적인 스포츠입니다. 국제올림픽협의회 가입국보다 피파 가입국이 많은 것만 봐도 알 수 있지요. 대한민국 월드컵 국가 대표도 파이팅하시고 프로게이머들도 축구로 대동단결하는 날이 오기를 기원해 봅니다. 그리고 저글링 FC도 부활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가져 봅니다. 프로게이머들이 바쁜 일정을 소화하느라 사적인 모임을 가지면서 유대관계를 키워나갈 매개체가 없는 상황에서 축구공 하나로 모일 수 있다면 동료 의식도 고양되지 않을까하는 짧은 생각을 해봅니다.


◇프로게이머들의 조기 축구 모임이었던 저글링 FC.

이상 저글링 FC의 일원이었던 남윤성 기자였습니다.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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