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토크] 데뷔 10주년, 여전히 최고를 꿈 꾸는 김도우

2019-06-25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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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종목에서 10년 동안, 그것도 지속적으로 상위권을 유지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초반에는 잘할 수 있다고 해도 한번 우승이라는 정점을 찍고 나면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것이 쉽지 않죠. 게다가 자신이 플레이 하던 종목의 프로팀이 없어지고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면 초심을 유지하는 것이 더욱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여기 여전히 초심으로, 아니 처음보다 더 간절한 마음으로 리그에 임하는 선수가 있습니다. 점점 잘생겨진 외모로 성형설(?)이 돌기도 했던, 무려 세 번의 팀 해체를 겪으면서 힘든 프로게이머 생활을 했지만 스타크래프트2(이하 스타2)에서 과감한 종족 변경으로 결국 최고의 반열에 올랐던, 그리고 올해 6월 데뷔 10주년을 맞은 이 선수는 스타2의 영원한 ‘태사다르’ 김도우 입니다.

김도우의 첫 인상은 무척이나 강렬했습니다. 그의 독특한 외모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2009년 이스트로 시절 숙소에서 설거지를 담당했던 막내로 처음 기자와 만났던 김도우는 그렇게 후배도 받지 못하고 계속 설거지를 하다가 팀이 해체되는 상황을 맞이해야 했죠. 당시 설거지를 하며 기자에게 인사하던 김도우의 모습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얼마 전 GSL 4강에서 옛 동료 조성호에게 패해 결승 진출에 실패한 김도우는 그 어느 때보다 아쉬워했습니다. 데뷔 10주년 축하를 결승전 현장에서 우승 후 받고 싶었던 욕심 때문이었죠. 김도우는 자신을 지금까지 응원해 준 팬들에게 데뷔 10주년 선물로 우승을 안겨 주고 싶었다고 하네요.

비록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데뷔 10주년을 맞은 지금까지도 그는 4강에 이름을 올리는, 여전히 잘하는 선수 중 한 명입니다. 힘든 일도 많았고 행복했던 일도 많았던, 프로게이머로 살아온 그의 10년 여정을 지금부터 함께 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위기가 곧 기회였던 10년
김도우의 프로게이머 시작은 이스트로였습니다. 하지만 즐거운 기억은 아니었죠. 이스트로에서 연습생으로 시작했던 김도우는 설거지 담당이었습니다. 당시 기업팀 체제가 제대로 잡혀 있지 않았고 이스트로는 매우 작은 기업이었기에 지원이 풍족하지 않았죠. 또한 연습생에게는 급여가 없었던 시대입니다.

"그때 경험 때문인지 지금도 설거지는 자신 있어요(웃음). 지금 이야기하면 정말이냐고 물어보는 팬들이 있을 수 있는데 사실 그때만 해도 흔한 일이었어요. 우리 팀만 그런게 아니라 다른 팀들도 막내들이 설거지를 하곤 했죠."

그때는 어떻게든 데뷔를 하고 싶다는 간절함으로 연습에 임했던 시절입니다. 그리고 김도우가 스타크래프트1(이하 스타1)에서 테란으로 플레이 했던 시절이기도 하죠. 스타2부터 김도우를 알던 팬들이라면 테란을 플레이 하는 그의 모습은 생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 테란 플레이어로 꽤 유망주였어요(웃음). 당시에는 독특한 전략을 많이 사용했죠. (박)상우형이 에이스였는데 안정적인 운영형이라 저는 전략적인 부분을 담당해 나만의 포지션을 만들겠다는 생각이었어요."

김도우만큼 프로게이머 생활에 위기가 많았던 선수는 손에 꼽습니다. 단순히 성적이나 슬럼프 때문이 아닙니다. 남들은 한 번도 겪기 힘들다는 팀 해체 경험을 세 번이나 했습니다. 처음 프로게이머를 시작했던 이스트로부터 STX 소울, 그리고 종착지였던 SK텔레콤 T1까지 김도우는 소속팀이 모두 해체하는 불운을 겪었습니다.

"이스트로 해체의 경우 큰 감흥은 없었어요. 언젠가는 해체할 수밖에 없는 팀이라는 것을 다들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STX 소울 해체는 많이 힘들었죠. 더군다나 프로리그에서 우승하고 난 뒤 바로 해체했기에 아쉬움이 더할 수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김도우는 소속 팀이 해체되면서 오히려 더 좋은 환경에서 프로게이머 생활을 이어가는 행운도 얻었습니다. 김도우는 이스트로에서 STX로, STX에서 SK텔레콤으로 계속 더 많은 연봉과 더 좋은 복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이스트로가 해체된 뒤 STX로 가게 되면서 신세계였죠. 연봉도 연봉이지만 정말 좋았던 숙소와 맛있는 밥 무엇보다도 설거지를 안 해도 됐어요(웃음). 저에게 이스트로 해체는 기회였던 셈이죠."

하지만 STX 해체는 김도우에게 시련으로 다가왔습니다. 사실 선수들은 이미 6개월 전부터 해체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멍했고 중간에는 너무나 힘들었지만 마지막은 오히려 즐거운 분위기였다네요.

"시즌 중에 그 소식을 들었으니 선수들이 연습이 제대로 됐겠어요? 정말 힘들었죠.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힘든 상황을 함께 한 선수들끼리 똘똘 뭉치고 승패에 대한 부담감을 내려 놓으면서 분위기가 더 좋아졌어요. 그 덕분에 프로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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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리그에서 우승 후 선수들은 무대에서 눈물을 펑펑 쏟아 냈습니다. 당시 팬들은 그들의 눈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죠. 우승해서 장미빛 미래가 펼쳐지는 것이 아니라 다가올 해체라는 현실이 그들의 눈물샘을 자극했을 것이라는 진실을, 팬들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STX 해체 역시 김도우에게는 기회였습니다. 김도우는 당시 8게임단이라 불렸던 곳에 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잠을 청하던 김도우는 "SK텔레콤에서 너를 원한다"는 전화를 받고 고민도 없이 그 자리에서 "감사하다"고 답변했습니다. 또 한번의 기회가 찾아온 셈입니다.

"처음에는 깜짝 놀랐어요. 당시 백동준, 조성호 등 좋은 프로토스 재원이 많았거든요. 게다가 어리고 가능성도 있는 선수들이기에 저에게는 기회가 오지 않을 줄 알았죠. 당시 프로게이머들의 꿈이 SK텔레콤에 입단하는 것이었기에 이게 꿈인가 생각이 들더라고요."

꿈이 아니었습니다. SK텔레콤은 김도우를 택했고 그는 또다시 해체라는 불운을 딛고 더 좋은 팀에 입단하는 행운을 얻었습니다. 두 번의 불운을 모두 행운으로 바꾼 선수, 그렇게 김도우는 프로게이머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종족 변경은 신의 한 수
김도우는 팀 해체 및 이적 이외에도 위기를 기회로 극복한 경험이 하나 더 있습니다. 이 선택은 그의 프로게이머 인생을 단번에 바꿔 놓았죠. 스타1에서 테란을 플레이 했던 김도우는 스타2 ‘자유의 날개’ 버전까지도 테란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스타2 ‘군단의 심장’에서 과감하게 프로토스로 종족을 변경합니다. 리그 도중 종족을 변경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임에도 김도우는 이 선택으로 인해 프로게이머로서의 전환기를 맞이합니다.

"스타1에서 스타2로 올 때 종족을 변경했으면 좀더 수월했을 수도 있는데 스타2 ‘자유의 날개’에서는 이미 테란으로 플레이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 더 힘들긴 했어요. 제가 원래 굉장히 우유부단한 사람인데 이상하게 그런 큰일에는 별 고민 없이 선택하게 되더라고요. 지금 생각해 보면 약간 무모했던 것 같기도 해요(웃음)."

그가 지금까지 쌓은 우승컵이나 상위권 성적들은 모두 스타2 프로토스로 이뤄낸 업적입니다. 만약 김도우가 지금까지 테란으로 플레이를 했다면 아마도 그저 그런 선수로 우리에게 잊혀질 수도 있었겠죠. 하지만 김도우는 프로토스로 종족을 변경한 뒤 성공가도를 달렸습니다.

"사실 종족을 변경하게 된 계기도 위기를 느꼈기 때문이에요. 당시 프로리그 3라운드가 끝나기 일주일 전 갑자기 팀에서 ‘군단의 심장을 먼저 플레이 해보고 싶은 선수가 있으면 집에 가서 연습해도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그때는 팀을 나가라는 건지 아니면 진짜 먼저 준비하라는 건지 의도를 몰라 선뜻 나서지 못했어요. 그런데 당시 제 성적이 3승6패로 최악이었거든요. 어차피 이대로 가면 팀에서 방출될 테니 먼저 준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판단했어요."

그렇게 불안감을 안고 집으로 간 김도우는 다른 선수들보다 일찍 ‘군단의 심장’을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동안 플레이를 하면서 자신에게 테란이 맞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고 과감하게 프로토스로 전향하겠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만약 그때 불안함 때문에 숙소에 남아 있었다면 아마도 종족 변경은 꿈도 못 꿨을 거에요. 당시 슬럼프에 빠졌던 위기를 다행히 기회로 이용했고 종족을 변경한 뒤 프로리그 성적이 정말 잘 나왔어요. 그 덕분에 팀이 해체됐을 때도 SK텔레콤으로 이적할 수 있었던 것 같고요."

이 정도면 앞으로 큰 일이 있거나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김도우에게 해결책을 물어봐도 될 것 같습니다. 정말 많은 시련이 있었지만 그 상황들을 기회로 삼고 과감한 결단을 내린 것이 그가 오랫동안 최고의 자리에 있는 비법인 것 같습니다.

◆아직도 우승에 목 마른 욕심쟁이
김도우에게 2019년은 프로게이머로 뛸 수 있는 마지막 해입니다. 물론 군대에서 제대한 후에도 프로게이머로 뛸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때까지 한국에 스타2 리그가 열린다는 보장이 없기에 김도우에게 2019년은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는 마지막인 셈입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김도우는 자신의 모든 것을 불태우고 있습니다. 데뷔 10년 차, 나태해져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에서도 김도우는 또 우승이 하고 싶고, 또 높은 자리에 올라가고 싶은 마음에 계속 달리고 있습니다.

"지난 GSL 준우승, 슈퍼토너먼트 우승을 하면서 자신감이 생겼어요. 이번 GSL에서도 결승에 올라가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데 너무 아쉬워요. 그래도 최근 대회에서 4강, 준우승, 우승을 했으니 전성기라고 봐도 무방한데 마지막이라니 속상하죠. 정말 딱 1년만 시간이 더 주어졌으면 좋겠어요."

입대 전 국제 대회 우승이 꿈이라는 김도우. 블리즈컨 우승을 위해 열심히 달리고 있지만 현재 자유롭게 해외로 출국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자격이 주어진다 해도 출전 여부조차 불투명합니다.

"블리즈컨에 꼭 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데뷔 10주년에 스스로에게도, 저를 응원해 주셨던 팬들에게도 좋은 선물을 주고 싶거든요. 잘 풀릴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는데 지금까지의 많은 시련을 극복할 행운이 따라줬듯이 이번에도 행운이 따라줬으면 좋겠네요."

아직도 초심을 잃지 않고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 연습에 임하고 있는 29살 김도우. 10년 동안 꾸준한 노력으로 상위권에 계속 이름을 올리고 있는 그의 성실함에 박수를 보냅니다. 그리고 군 입대 전 국제 대회 우승이라는 그의 마지막 꿈이 꼭 이뤄지길 바라봅니다.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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