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 라이너 '칸' 김동하가 SK텔레콤 T1의 유니폼을 입었고 정글러 '피넛' 한왕호는 젠지 e스포츠로 떠났으며 미드 라이너 '비디디' 곽보성은 kt 롤스터로 이적했다. 서포터 '고릴라' 강범현은 유럽 팀인 미스피츠 게이밍과 계약했고 '원거리 딜러 '프레이' 김종인은 다른 팀으로 가지는 않았지만 킹존의 유니폼을 입지는 않았다.
스프링 시즌이 막을 올리기 전에 e스포츠를 다루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킹존의 예상 순위는 9위였다. 2018년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에 출전했던 김혁규와 박종익의 합류만으로는 포스트 시즌 진출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었고 대다수가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강동훈 감독만은 달랐다. 강 감독은 "우리 팀을 9위로 예상한 사람들이 후회하도록 만들겠다"라면서 "3월말이나 4월초에 킹존이 어디에 있을지 기대해 달라"고 했다.
킹존의 시작은 라디오 프로그램의 예상 그대로였다. '어나더 레벨'이라는 평가를 받은 그리핀에게 완패를 당했고 챌린저스에서 승격한 샌드박스 게이밍에게도 0대2로 무너졌다. 2패를 안은 킹존은 그대로 9위에 있을 것처럼 보였다. 허원석과 문우찬은 따로 놀았고 김광희는 경험 부족을 드러내면서 자리를 찾지 못했다. 김혁규와 박종익의 하단 듀오는 출중한 기량을 뽐냈지만 미드 라이너와 정글러의 힘이 지배하던 당시 메타에서 빼어난 2명이 승리를 만들어내기에는 부족해 보였다.
2주차와 3주차에서 4연승을 달리는 동안 킹존은 하단 듀오의 힘에 의지했다. 상체가 무너지더라도 하체에서 버텨줬고 후반에는 '데프트 엔딩'으로 마무리하는 패턴으로 승수를 쌓았다. 김혁규에게 MVP 포인트가 몰리면서 상위권을 유지했지만 킹존에게는 좋지 않은 신호였다.
킹존 코칭 스태프는 선수별로 각기 다른 프로그램을 짜서 기량 보강에 나섰다. kt 소속이던 2018년 스프링 후반부터 경기를 거의 뛰지 않은 허원석에게는 건강 관리를 위해 트레이너를 붙였고 심리적인 안정을 우선시하면서 서서히 기량을 끌어 올리도록 훈련 스케줄을 짰다.
솔로 랭크에서 극강의 피지컬 능력을 자랑하던 정글러 문우찬에게는 다양한 챔피언으로 정글 경로를 짤 수 있도록 훈련시켰다. 팀 경기가 끝난 이후에도 코치들이 붙어서 훈련 과정을 지켜보면서 가장 많은 훈련량을 소화했다. 경험이 부족한 김광희에게는 '슬램덩크'에 나오는 능남고의 센터 변덕규와 같은 역할을 주문했다. 솔로킬을 만들어내면서 돋보이기 보다는 몇 번을 죽어도 좋으니 팀에게 의미 있는 플레이를 펼치라고 강조했다.
시즌 내내 특훈을 진행한 효과는 1라운드 막판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4주차에서 SK텔레콤 T1과 한화생명e스포츠에게 2연패를 당한 뒤 진에어 그린윙스를 꺾으면서 1라운드를 5승4패로 마친 킹존은 2라운드 첫 경기인 샌드박스와의 대결에서 2대0으로 완승을 거뒀다. 두 경기 모두 김혁규가 MVP로 선정될 정도로 돋보이는 활약을 펼쳤지만 다른 선수들이 각자 1인분을 해내면서 단독 2위에 올라 있던 샌드박스를 꺾었다.
6주차에서 한화생명을 2대0으로 잡아낸 킹존은 SK텔레콤에게 0대2로 완패하면서 주춤했지만 7주차부터 연승을 시작했다. 주연은 문우찬이었다. 담원 게이밍, 진에어 그린윙스를 꺾어내는 동안 문우찬은 MVP를 휩쓸었다. 그라가스를 들고 나온 문우찬은 허원석의 야스오와 찰떡 궁합을 선보이면서 팀의 2대0 승리를 이끌었다. 스프링 초반에 미드 라이너와 정글러가 따로 놀던 플레이는 사라졌다.
분위기를 탄 킹존은 아프리카 프릭스에게 1대2로 승리할 때까지 5연승을 이어갔다. 고무적인 부분은 세트 득실이었다. 10세트를 승리하는 동안 단 1세트만 내준 킹존은 중위권을 건너 뛰고 3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화룡점정은 정규 시즌 마지막 경기였다. 젠지와 아프리카에게 패하면서 스크래치가 가긴 했지만 상위권이라 불리는 서부 리그 팀에게는 한 번도 무너지지 않았던 그리핀을 2대0으로 완파한 것. 1세트에서는 그리핀에게 킬 스코어 0대4로 뒤처졌던 킹존은 20분부터 힘을 내기 시작해 역전해냈고 2세트에서는 한 번도 우위를 내주지 않으면서 낙승을 거뒀다. 세트별로 특별한 전략과 운영이 담겨 있었지만 정규 시즌 1위 팀과 어깨를 견줘도 모자람이 없을 정도로 실력이 올라왔고 물리쳤다.
강동훈 감독은 "2라운드에서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까지 갈 길이 멀다"라면서 "스프링 2라운드 최고의 팀이라는 평가는 이르다"고 손사래를 쳤다. 롤드컵 진출을 목표로 긴 시간을 놓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겠다는 방향을 잡아 놓은 강 감독은 "이제 60% 정도 올라왔다"라고 평가했다.
강 감독은 "전성기를 넘겼거나 부족한 점이 보이는 선수들로 구성된 팀이지만 우리는 개개인의 잠재력을 끌어내기 위한 개별 트레이닝 방법을 제시했고 이를 통해 선수 본인이 성장하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라면서 "눈 앞에 주어진 1Km를 더 빠르게 뛰기 위해 전력을 다하기 보다는 42.195 Km를 좋은 성적으로 완주하겠다는 목표를 위해 몸을 만들어가고 있다"라고 전했다.
지더라도 배움이 있는 패배, 이기더라도 훈련의 결과가 반영된 승리를 추구하는 킹존이기에 스프링 2라운드 8승1패라는 호성적 또한 성장의 과정일 뿐이다. 마라톤과 같은 2019년 리그 오브 레전드 리그의 한 사이클을 모두 마친 뒤 킹존 드래곤X가 어떤 자리에 올라 있을지 관심이 가는 이유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