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프로게이머가 영광을 기대하지만, 모두가 그 영광을 누릴 수는 없다. 결국 모든 대회에서 최후의 자리에는 단 한 명, 혹은 한 팀만이 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팀이 그 한 자리를 놓고 경쟁을 펼치고, 수많은 팀이 경쟁 끝에 패하면서 좌절을 맛본다.
지난 2017년 처음 LCK에 데뷔한 김기인은 오랫동안 '무관'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닌 선수였다. 김기인은 데뷔 직후부터 라인전과 한타에서 발군의 능력을 발휘했고, 2018 아시안게임 국가대표에 발탁되는 등 리그를 대표하는 탑 라이너로 군림했다. 하지만 이런 탁월한 기량에도 좀처럼 우승과 연을 맺지 못했다.
이렇듯 프로게이머 생활 동안 우승에 닿지 못하며 숱한 좌절을 맛본 김기인이지만, 단 한 번도 무너진 적은 없었다. 정상급 기량을 유지하며 끊임없이 우승에 도전했고, 젠지e스포츠로 이적한 올해 LCK 스프링서 마침내 프로 커리어 첫 우승에 성공했다. 그리고 연이어 MSI까지 우승하면서 커리어 첫 국제대회 정상까지 맛봤다.
우승과 연이 없는 것처럼 보였던 선수가 기어코 일어선 끝에 차지한 연이은 두 번의 우승에서, 지난날 많은 이를 열광케 했던 강찬용, 김혁규, 이상혁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또 한 명의 선수가 e스포츠가 사랑받는 이유를 다시 한 번 증명한 순간이었다.
이번 김기인의 우승은 데뷔 8년차 베테랑이 신인 시절에 선뵀던 기량과 차이가 없는 퍼포먼스를 보였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다. 김기인은 지난 LCK 스프링 결승전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파이널 MVP를 수상했고, 이번 MSI 결승에서는 적수가 없어 보이던 BLG '빈' 천쩌빈의 존재감을 완벽히 지워내며 상대의 승리 플랜을 망가트리며 자신의 가치를 더욱 빛냈다.
데뷔 후 겪은 수많은 좌절에도 포기하지 않고 마침내 정상에 선 김기인. 그렇게 써 내려간 포기하지 않는 꿈, 그리고 열정에 대한 이야기. 그것이 바로 우리가 김기인을, 나아가 e스포츠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강윤식 기자 (skywalker@dailyesports.com)